우리집 베란다에서 핀 군자란
군자란 옆엔 보잘것 없는 난초도 꽃을 피웠다. 첫 송이가 나온 건 2월 하순, 사진은 3월 초순.
오늘 아침엔 일어나자마자 베란다를 내다 봤더니 군자란이 예쁜 꽃을 피우고 나를 쳐다보고 방긋이 웃으면서 아침인사를 하는 것만 같다. 즐거운 마음으로 눈 인사만 하고 나는 밖으로 운동하러 나갔다.
군자란이란 아프리카 원산의 원예식물로 다년초이며 잎도 관상가치가 있어 분재용으로 수요가 많은 화초다. 습한 곳을 좋아하고 강한 광선을 싫어하며 그늘 진 곳에서 20~25◦C가 성장의 최적이라고 한다. 그러기 때문에 실내화초로서 영하의 겨울이면 실내로 들여 놓아야 하는 화초다.
그런데 나는 이 화초를 처음부터 베란다에서 키우며 영하 10도 아니 20도이하로 떨어져도 실내로 들여놓지 않고 베란다에 그대로 두었다. 아니 20여 년 동안 한번도 실내로 들여 놓은 적이 없었다. 그런대도 이 군자란은 잘 자랐을 뿐만 아니라 매년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 옆에 새 순이 돋아나면 포기 나누기도 많이 했다. 물론 베란다의 온도가 바깥쪽 유리창 문이 닫혀 있기 때문에 완전 실외 온도보다는 높았겠지만 그래도 군자란이 자라기엔 너무나 추운 영하의 온도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나는 이 군자란을 키우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어떤 분이 우리집에 놀러 와서 베란다에 피어있는 군자란을 보고 ‘어떻게 이렇게 포기마다 꽃이 피고 예쁘게 피었지’ 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자기집에 있는 군자란은 잎은 우리 것보다 더 무성한데 꽃은 잘 피지 않는다고 한다. 왜 일까요?
그것은 동물이나 식물이나 생명이 있는 것은 생명에 위협을 느끼면 번식의 욕구가 더 강해지기 마련이다. 우리 집 정원에 있는 군자란은 겨울 동안 혹한의 추위에 떨면서 고통 속에서 생명에 위협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봄이 오자마자 꽃을 피우며 번식 준비를 하는 것이고, 실내에 들어와 고통 없이 편안하게 살아 온 놈은 잎만 무성하게 자라났고 거기에 힘을 뺏기고 나니 꽃 피울 수 있는 힘이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꽃을 피울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꽃을 피우지 않았을 것이다. 꽃을 피워야 하는 화초가 꽃을 피우지 못한다면 그것은 화초가 아니다. 즉 자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화초는 꽃을 피워서 자기를 길러 준 사람은 물론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향기를 뿌리며 즐거움을 제공해 주는 것이 화초 본분이고 자신의 즐거움이고 보람이며 길러 준 사람에겐 보답이다. 나아가서는 화초로서의 영광이고, 고통을 이겨 낸 성공이고 행복인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고통 없는 성공도 없고, 고통 없는 영광도 고통 없는 행복도 없다. 직장에서 남들 보다 먼저 일의 원리를 터득하고 새로운 창의력으로 앞서가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남들 보다 더 많은 공부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무슨 일이든 같은 일을 20년은 지속해야 전문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전문가가 되어야 창의력도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는 반드시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영하의 베란다에서 꽃을 피운 군자란처럼, 그 고통의 대가로 얻어지는 것이 성취고 성공이며 이것이 곧 영광이고 나아가서는 행복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해서 얻어지는 성공과 영광이 여기 저기에서, 이 회사 저 회사에서 많이 거두어 졌을 때 우리 사회는 번창할 것이고, 우리의 가정은 행복해지고, 우리들의 사회도 행복한 사회가 될 것이다. 군자란이 혹한과 사우는 고통을 이겨내고 꽃을 피우고 향기를 뿜으며 인간에게 행복감을 선사 하듯이 말입니다. 고통이 싫어서 일을 회피하거나, 고통이 싫어서 직장을 그만 두거나,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일을 피하기만 한다면 그들과 그 회사, 그 사회는 영원히 헤어나지 못하는 고통의 사회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요즘 우리사회에는 달관(達觀)세대라는 말이 있다.
급료수준이 높은 대기업의 정규직이라 할지라도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하고, 평일에도 정시퇴근이 불가능한 날이 많으면 가차없이 사표를 던지고 작은 회사의 임시직일지라도 정시에 퇴근하는 일자리라면 급료가 적어도 좋다는 세대들이다. 덜 벌어도 덜 일하니까 행복하다. 덜 버리고 덜 쓰면서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행복하다. 내일의 진급을 위한 오늘의 고통도 싫다. 그저 적은 봉급일지라도 오늘이 즐거우면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이것이 달관세대다. 이는 분명 불황이 낳은 병 이다. 이 달관세대가 ‘삼포세대(연애포기, 결혼포기, 출산포기)’로 연결될 수도 있는 큰 사회적 병이다. 이 병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빨리 고칠수록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근로자, 우리사회 전체가 힘을 합쳐야 빨리 고칠 수 있다. 내일의 성공을 위해 오늘의 고통을 이겨내는 사회,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불행을 이겨내는 사회, 이것이 행복한 우리의 미래사회를 열어가는 길이 아닐까요.
행복은 고통에서 얻어지는 열매다.
2015, 3, 10.
해 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