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범(承汎)마당

콩 세 알

승범(承汎) 2015. 2. 4. 22:42

                                                     콩 세 알

 

아버지와 손자가

밭에서 콩을 심고 있었습니다.

손자가 흙에 구멍을 내면

할아버지는 콩 세 알을 넣고

흙을 덮었습니다.

손자가 이상해서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구멍 하나에 콩 한 알만 심으면 되지

왜 세 알씩 넣으세요?"

 

"그래야, 하늘에 나는 세가

한 알 먹고

땅에서 사는 벌레가

한 알 먹고

나머지 한 알이 자라면

사람이 먹는 거란다."

 

맞아요.

그렇게 굼주리고 배가 고픈데도

감 하나를 따지 않고 남겨두는

까치밥.

밭에서 일 하던 농부들이

곁두리를 먹기 전에 음식을 던지는

고스레의 풍습.

 

콩 세알을 뿌리는  이마음을

옛 조상들은 삼재사상(三才思想)이라고 불럿습니다.

천(天), 지(地), 인(人)

하늘, 땅, 사람의 세 합이

한데 어울려 사는 세상.

 

할아버지,

왜 콩 한 알이 아니라

콩 세 알이지요?

농약을 뿌려

사람 혼자 먹는 농사가 아니었던 시절

 

할아버지와 손자는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 크게 웃었습니다.

 

                                   2015,   1,    17.

                                      이어령의 '짧은 이야기, 긴 생각' 중에서

                                                                                  해      봉

'승범(承汎)마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투 비광  (0) 2015.02.21
길을 묻다  (0) 2015.02.04
영원한 경주  (0) 2015.02.03
"국제시장"관람 후기  (0) 2015.01.03
上善若水  (0) 2014.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