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세 알
할아버지와 손자가
밭에서 콩을 심고 있었습니다.
손자가 흙에 구멍을 내면
할아버지는 콩 세 알을 넣고
흙을 덮었습니다.
손자가 이상해서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구멍 하나에 콩 한 알만 심으면 되지
왜 세 알씩 넣으세요?"
"그래야, 하늘에 나는 세가
한 알 먹고
땅에서 사는 벌레가
한 알 먹고
나머지 한 알이 자라면
사람이 먹는 거란다."
맞아요.
그렇게 굼주리고 배가 고픈데도
감 하나를 따지 않고 남겨두는
까치밥.
밭에서 일 하던 농부들이
곁두리를 먹기 전에 음식을 던지는
고스레의 풍습.
콩 세알을 뿌리는 이마음을
옛 조상들은 삼재사상(三才思想)이라고 불럿습니다.
천(天), 지(地), 인(人)
하늘, 땅, 사람의 세 합이
한데 어울려 사는 세상.
할아버지,
왜 콩 한 알이 아니라
콩 세 알이지요?
농약을 뿌려
사람 혼자 먹는 농사가 아니었던 시절
할아버지와 손자는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 크게 웃었습니다.
2015, 1, 17.
이어령의 '짧은 이야기, 긴 생각' 중에서
해 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