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의 비광
화투 비광에서 우산을 쓴 사람은
일본의 3대 서예가 중의 한 사람인 오노도후 입니다.
우리나라로 말하면 한석봉이나 김정희 쯤 되겠지요.
오노도후가 젊었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서예공부를 아무리 해도 진도가 없고 발전이 없어서 공연히 짜증이 났답니다.
“에라 모르겠다. 이제 더 못하겠다. 집어 치워야지,
내가 글을 써서 무얼 하나?”
화가 난 오노도후는 서예를 그만 두기로 마음먹고
일어나서 밖으로 바람이나 쐬려 나갔습니다. 그때가 장마철이라
밖에는 비가 뿌려댔습니다.
오노도후는 비참한 심정이었지요.
우산을 들고 한참 걸어 가는데 빗물이 불어난 개울 속에서 개구리 한 마리가
발버둥을 치고 있었어요.
빗물이 불어나서 흙탕물로 변한 개울 속에서 떠내려 가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버둥거리고 있었던 것이지요.
개울 옆에는 버드나무가 있는데 개구리는 그 버드나무에 기어 오르려고
안간 힘을 다 했지만 비에 젖은 버드나무는 미끄러워서
허탕만 치고 있는 것입니다.
저놈이 얼마나 버티는지 보자.
몇 번을 버둥거리다가 어쩔 수 없이 흙탕물에 쓸려 가겠지.
오노도후는 쪼그리고 앉아서 구경을 했습니다. 개구리는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지고..........
계속 미끄러지다가 결국에는 죽을 힘을 다해 버드나무로 기어 올랐습니다.
그걸 지켜 본 오노도후는 크게 깨달았습니다.
“하”저런 미물도 저렇게 죽을 힘을 다해 나무에 기어 오르는데
내가 여기서 포기를 하면 개구리만도 못하겠구나.
참 부끄럽다!
그 길로 다시 서당으로 돌아가 필사적으로 서예연습에 매달려
마침내 일본 제일의 서예가가 되었답니다.
자세히 살펴보세요.
비광 속에는 개구리와 버드나무, 우산 쓴 오노도후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에 오노도후 이야기를 그려놓은 것도 뜻이 깊다고 봅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하라는 뜻이겠지요.
2015, 2, 20.
좋은 글 중에서 해 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