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곰 처럼
곰의 모성애는
인간보다 더 깊고 따뜻하다고합니다.
하지만 어린 것이 두 살쯤 되면 어미곰은 새끼곰을 데리고
산딸기가 있는 먼 숲으로 간다고 합니다.
평소 눈여겨보았던 산딸기밭이지요.
어린 새끼는 산딸기를 따 먹느라고 잠시 어미곰을 잊어버립니다.
그 틈을 타서 어미곰은 몰래,아주 몰래 새끼곰의 곁을 떠납니다.
그렇게 애지중지 침을 발라 기르던 새끼를 왜 혼자 버려두고 떠나는 걸까요?
왜 그렇게 매정하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걸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건 새기가 혼자서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서지요.
언재까지나 어미 품만 의지하다가는 험한 숲속에서 생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발톱이 자라고 이빨이 자라
이재 혼자서 살만한 힘이 붙었다 싶으면 어미 곰은 새끼가 혼자 살 수 있도록
먼 숲에 버리고 오는 겁니다.
새끼곰을 껴안는 것이 어미곰의 사랑이듯이
새끼곰을 버리는 것 또한 어미곰의 사랑인 거지요.
그래요
우리에게도 그런 사랑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산딸기밭을 눈여겨 봐 두어야 해요
아이들이 정신을 팔고 있는 동안
몰래 떠나는 슬픈 사랑의 연습도 해둬야 합니다.
눈물이 나도 뒤돌아보지 않는 차가운 사랑을 말이지요.
그게 언재냐고요?
벌써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걸음마를 배울 때 잡았던 두 손을 놓아주었던 때가 있었잖아요.
그때부터 시작된 일이지요.
매일매일 무릎을 깨뜨리는 아품이 있더라도
어머니와 따로 살아갈 수 있는 그 걸음마를 위해 손을 놓아 주세요.
탯줄을 끊는 순간부터 그 연습은 시작된 것입니다.
어머니에게는
또 하나의 사랑,
얼음장 같은 차가운 사랑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2015, 2, 21.
이어령의 '짧은 이야기, 긴 생각' 에서
해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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