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범(承汎)마당

세상 모든 사람들은 하나의 육체 속에서 살고있다.

승범(承汎) 2013. 11. 13. 00:03

                                                            세상 모든 사람들은 하나의 육체 속에서 살고있다.

 

지금 세상의 어디에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

 

지금 까닭 없이 울고 있는 그 사람은 나를 위해 울고 있다.

 

지금 세상의 어디에선가 누군가 웃고 있다.

 

지금 까닭 없이 웃고 있는 그 사람은 나를 위해 웃고 있다.

 

지금 세상의 어디에선가 누군가 걷고 있다.

 

지금 정처없이 걷고 있는 그 사람은 나를 향해 오고 있다.

 

지금 세상의 어디에선가 누군가 죽고 있다. 

 

지금 깕없이 죽고 있는 그 사람은 나를 쳐다보고 있다.

 

     릴케는 "엄숙한 시간"이란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지금 이 세상 어디에선가 울고 있는 사람은 나를 위해 울고 있다고. 지금 죽어가는 사람은 내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다고. 우리는 모두 저마다 세상의 한구석에서 홀로 살아 가고 있지만 우리는 정녕 혼자가 아니라고 릴케는 말한다.

     우리가 한 끼 배부르게 먹을 때 이 세상 어디에선가 몇명의 사람들이 굶게 된다고 한다. 우리가 여우 목도리 하나를 사서 옷장에 넣을 때 어쩌면 우리는 수십마리 여우들의 목숨을 옷장에 걸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가 다이아몬드 반지 하나에 연연할 때 아프리카에선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가혹한 노동에 쓰러져 가고 있는가. 사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육체 속에 함께 살고 있다. 인간이라는 육체 속에서, 우리가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무관심이라는 기나긴 마취에서 깨어날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몸의 절실한 고통으로 느낄 수 있으리라.

 

     나는 수도사들을 존경한다. 자신의 몸을 허물어 타인의 고통을 대신 느끼는 자들을 나는 존경한다. 어두운 성당의 제단 앞에서 무릎을 꿇고 오랫동안 사람들의 고통을 위해 기도하는 신부들과 서울역 지하 보도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노숙자들을 위해 따뜻한 밥과 국물을 나눠주는 목사님들을 존경한다. 그들은 우리가 모두 같은 핏줄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타인의 고통이 자신의 고통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스스로 가진 것을 버리고, 스스로 낮은 곳으로 내려가며, 스스로 몸을 헐벗게 하는 일로 다른 사람의 눈물과 고통에 연연할 수 있다면 이 슬프고 고통스런 세상에서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모두 같은 몸을 지니고 있다. 당신이 지구 반대편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다른 지구의 반대편에서 그 누군가가 당신을 위하여 울고 있다.

                                                                           2013,  11  5.

                                                                                                   최인호의 인연에서

                                                                                                                            해 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