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대신 오리
우리 시방회(고향 산행모임)의 금년 여름 산행은 등산이 아니라 산책(散策), 아니 산보(散步)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나 무덥고 지겨운 더위 때문이다. 그래서 수락산엘 많이 갔다. 그 이유 또한 간단하다. 깊은 계곡에 맑은 물이 많기 때문이다. 긴 장마 때문에 물이 맑을 뿐만 아니라 량 또한 많았고 깊은 계곡이기 때문에 옷을 벗고 계곡탕(?)에 들어가도 등산로로 걷는 사람들에겐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삼복더위 때는 하산 후에 옻오리 요리를 많이 먹었다. 원래 우리는 조상 때부터 삼복더위 때는 옻닭을 먹었다. 옻닭은 숙취해소, 위장보호에 특효가 있으며 피를 맑게 하여 어혈을 제거하고 오장을 편안하게 할뿐만 아니라 더위에 지친 몸을 보양하는 좋은 음식으로 전해 내려오는 보양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옻닭를 먹어야지 외 옻오리를 먹었을까.....?
요즘 같은 정보 봇물 속에 사는 우리들은 건강에 관한 정보도 수없이 입수할 수 있다. 그 중의 하나로 닭고기가 옛날의 닭 고기가 아니라는 정보다. 즉 양계장에서 기르는 닭은 너무나 속성으로 키우기 때문에 옛날과 같은 영양가가 없다는 얘기다. 속성으로 키운다는 것은 양계장 사육장엔 밤에도 전등불을 밝게 켜 놓고 모이를 주면서 잠을 재우지 않고 속성으로 키운다는 것이다. 그렇게 속성으로 큰 닭은 세포조직이 정상이 아니기 때문에 정상으로 자란 닭처럼 영양가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꿩 대신 닭이 아니라 닭 대신 오리가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야채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온상에서 밤에도 전깃불을 대낮같이 밝게 켜 놓고 물과 비료를 주면서 키운다고 한다. 이렇게 웃자란 야채는 정상적인 조직이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그 야채 고유의 영양가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근래 와서는 본인이 먹을 것은 정원이나 채전, 또는 베란다나 옥상에서 직접 길러서 먹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은 자연의 순리에 따르지 않고 오로지 돈 벌이에만 집착된 나머지 건강한 음식물 제공이라는 사회공공의 책무를 망각한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무지에서 올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이것은 정부나 해당 공공단체의 직무유기라고 생각된다. 이는 하루빨리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된다. 그래야만 우리국민들의 건강이 보장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자라는 동식물이 인간에 의해서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웃자라듯이 우리 인간도 이와 같이 속성으로 웃자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특히 어린 시절 성격이 형성되는 가장 중요한 배움의 시기에 잘못된 교육은 없을까?
요즘 대학생들이 수강신청을 엄마들이 해 준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 또 대졸 실업자가 많다니 외 대졸 실업자가 이렇게 많을까? 이 아까운 재원이 할 일이 없어 놀고 있다니 이 얼마나 큰 사회적 낭비인가. 그런가 하면 중소기업에선 인재를 구하기가 힘 든다고들 한다. 외 이럴까?
요즘 학생들을‘학원세대’라고 한단다. 허긴 유치원생도 영어학원은 기본으로 다녀야 하고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면 특목고 대비 학원을 몇 개씩이나 다녀야 한다니 중고등학생이 되면 얼마나 많은 학원을 다녀야 할 것인지는 짐작이 간다. 국,영,수는 기본이고 내신대비용 학원은 필히 다녀야 하고 특기로 피아노,첼로와 같은 음악이나 미술에 관한 학원까지 다녀야 하니 아침에 학교로 등교해서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이 학원 저 학원으로 전전하면서 공부하다 밤 늦게서야 집으로 돌아온다. 그렇다면 식사는 언재 무엇으로 하나. 시간에 쫓기다 보니 피자나 빵 같은 인스턴트 식품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부모들은 이런 식사를 하는 아이들이 안쓰러워 보양식을 해야 한다고 쇠고기, 돼지고기등을 듬뿍 먹게 해 주기 마련이다. 주말에도 예외는 없는 것 같다. 요즘 강남에는 주말이 더 복잡하다고 한다. 학원 가는 학생들을 대려다 주고 대려 오는 차량 때문이라고 한다. 학교 수업시간에 조는 학생이 많다는 얘기도 들리는 것을 보면 이 학원 저 학원으로 지치도록 다니다 보니 몸은 지치고 어느 한곳에 집중하는 집중력은 오히려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또 신경은 예민해져 짜증을 부리게 되고 그래도 부모들은 그 짜증 다 받아주고 매사‘오냐 오냐’하며 달래가면서 학원 보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학원시대를 보낸 학생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자기가 주도적으로 공부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혼자서는 공부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에 빠질 수 밖에 없고 자립정신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그러니 대학에 들어가서도 엄마가 수강신청 해 주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것이 동식물이 웃자라듯 우리 인간도 학창시절 학원에서 정신적으로 웃자라게 하여 자립심마저 약하게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자립심이 부족한 학생이 커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없이 부모에게 얹혀 살아도 크게 부담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거기에 요즘 우리사회는 정말 잘 사는 사회다. 어느 선진국 못지 않는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분야가 아니거나 마음에 맞지 않는 일 자리는 과감하게 거절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물론 고속성장의 부작용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자기주도적으로 공부도 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 주고 자립심도 길러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어느 책에서 보니 이스라엘의 교육은 토라(구약 성서)와 탈무드 교육이라고 요약했다. 탈무드란 토라를 수십년 수백년 내려오면서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랍비, 학자들이 연구하고 토론한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그러니 탈무드는 토라와 함께 유대인들의 생활 백과사전이며 모든 활동의 지침서다. 때문에 유대인들은 추방을 당하면서도 탈무드는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그래서 한때는 탈무드를 지참한 유대인은 사형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땅 속에 묻어 버리기도 했단다. 때문에 그 값어치는 점점 더 올라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 유대인들은 집을 성소로 여긴다고 한다. 교회를 중심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을 중심으로 신앙생활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안식일(매주 금요일)에는 무조건 쉬어야 하고 식구들과 식탁에 둘러 앉아 집밥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우리가 안식일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우리를 지켰다”고 믿는 것 같다.
이와 같이 유대인들은 살아가는 모든 힘의 근원은 토라의 믿음에서 나오고, 배움은 탈무드에서 나오고, 힘의 근원지는 가정이라고 믿는다. 즉 믿음과 배움의 근원지가 가정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그들의 가정교육이 바로 토라를 통한 영성교육, 탈무드를 통한 지혜의 교육, 가족들을 통한 인성교육이 가정교육에서 비롯된다는 뜻일 것이다. 이와 같이 토라와 탈무드를 통한 가정교육이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교육보다 우선되니 온상에서 자란 야채나 양계장 전깃불 밑에서 자란 닭처럼 웃자라지는 않을 것만 같다. 즉 학원에서 지친 몸으로 학원선생님이 족집게로 꼭 집어 머릿속에 까지 넣어 주는 우리 학생들 보다 자립심이 강할 수 밖에 없을 것만 같다. 따라서 의지력도 강해질 수 밖에 없을 것만 같다. 여기에서 우리도 분명 배울 것이 있을 것만 같다. 어쩌면 옛날 우리들의 가정교육과 비슷한데도 있는 것 같기도 한데 말입니다.
세계인구의 0.2%밖에 안 되는 유대인들이 노벨 상 수상자의 22%를 차지하고 그 중 경제부분에서는 65%, 의학부분에서 23%, 물리부분에서 22%, 화학부분에서 12%, 문학부분에서 8%를 수상했단다. 그 힘이 도대체 어디에서 나왔을까? 바로 탈무드 교육에서 나왔다고 스스로 믿고 있다고 한다.
세계에서 최고의 두뇌를 가진 우리 대한민국의 학생들도 비닐로 덮인 온상에서 자연의 햇살이 내려 쪼이는 자연의 밭으로 나오는 날에는 밝은 미래가 보일 것만 같기도 한데 말입니다.
2013, 9, 8.
해 봉
'승범(承汎)마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상 모든 사람들은 하나의 육체 속에서 살고있다. (0) | 2013.11.13 |
---|---|
우리 이웃들의 천사 (0) | 2013.11.12 |
종북이 망가뜨린 진보의 가치 (0) | 2013.09.06 |
'국회의원 이석기'를 만든 책임 (0) | 2013.09.02 |
용기 (0) | 2013.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