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사람이 내게 걸어 들어오네
봄이 왔다고 말 하는 대신에 새싹이 움을 틔우는 순간을 직접 경험하려고 아침 문을 여는자.
하고 싶은 말을 하지않고 참을 수 있는 자.
들은 말을 여기저기 옮기지 않을 수 있는 자.
옳다고 하더라도 바로 행동하지 않고 조금 더 기다려 볼 수 있는 자.
자기가 가지고 있는 지식의 체계를 뚫고 머리를 내밀어 볼 수 있는 자.
호들갑 스럽지 않고 의연한 자.
기다리면서도 조급해 하지 않을 수 있는 자.
'해야 할 무엇'보다 '하고 싶은 무엇'을 찾는데 더 집중하는 자.
십여시간이 넘는 비행여정 중에서도 내릴 때 까지 시계를 한번도 안 볼 수 있는 자.
아는 것에 재한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근거로 모르는 것으로 넘어가려 하는 자.
이성으로 욕망을 관리하지 않고 오히려 이성을 욕망의 지배아래 둘 수 있는 자.
'나'를 '우리'속에서 용해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수 있는 자.
모호함을 명료함으로 바꾸기 보다는 모호함 자체를 품어 버리는 자.
자기 생각을 논증하기 보다는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는 자.
남이 정해 놓은 모든 것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자.
편안한 어느 한 편을 선택하기 보다 경계에 서서 불안을 감당할 수 있는 자
바로 이런 자들이 '사람'이다.
그런 자가 내 작은 정원의 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올 때 나는 비로소 공간에 갇힌 시간이
튀어나오는 것을 느끼며 나지막하게 말 하지 않을 수 없다.
"저기 사람이 내게 걸어 들어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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