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박복영
저 유모차는 밥그릇이다
기역자로 꺾인 할멈의 허리가 미는 밥그릇에
삐뚤삐뚤 쌓인 종이박스가 덜컹거릴 때마다
출렁이는 생계
흔들리는 밥알이 흘러내릴까
느린 걸음은 조심스럽다
더딘 발자국을 따라 솓아지는 햇살이
밥그릇에 담긴 채 출렁거린다
햇살에 말아놓은 종이밥이 차오르는 동안
환해지는 새벽이 아직 차가운 듯
밥그릇을 꽉, 쥔 닭발손마저 시럽다
찬바람이
굵은 주름뿐인 얼굴을 헹궈내며 안쓰러운 듯
고봉밥을 밀어준다
행여 흘릴까 밥그릇을 따라
검은 개가 그림자 속으로 숨어든다
한끼가 멀어져간다
- 시집 <눈물의 멀미>(문학의 전당. 2013)
2016, 12, 4.
천주교수원교구 '위로의 샘'에서
承 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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