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짝과 함께하는 행복
"푸읍...""큭큭큭....."
행복한 웃음을 뿜으며 정답게 서로 바라보고 있다. 미술 프로그램 중 '둘이서 그리기'가 진행되는 소리이다. 짝이 된 두 사람은 침묵의 규칙에 따라 눈짓, 몸짓, 텔레파시로 소통하며 하얀 도화지에 다른 색깔로 번갈아 그림을 그린다. 처음에는 서로 멀뚱멀뚱 쳐다만 보다가 드디어 누군가 미지의 선을 긋는다. 이 때,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짧기때문에 상대방의 그리는 모습을 집중해서 지켜봐야한다.어떤 주제를 표현하려는지 무엇을 그리려는지 알아체야 한다. 그래서 부족한 점을 보완해 주고 빈 공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힘을 합해 한 작품을 완성해 나간다.
이 프로그램은 완성작 보다 짝의 역활과 공감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림 실력이 뛰어나다고 좋은 작품이 나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내 능력으로 남의 이익을 취하고 점수를 뺏긴다'.고 여겨 무임승차에 반발하여 '봉'이 되지 않으려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아이도 있다. 마음이 맞지 않는 짝은 지루함을 못이겨 몸을 뒤틀기도 하고, 각각 고집대로 신경전을 벌리다가 도화지는 낙서 투성이가 된다. 이에 한쪽 귀퉁이에서 자신만의 성을 쌓고 따로따로 그리는 짝도 있다. 그러나 서로를 신뢰하고 의지하며 즐겁게 작업을 한 짝은 멋진 작품을 완성할 뿐만아니라 작업이 끝난 후 "한 번 더 해요!"를 크게 외친다.
마찬가지로 '인생'이라는 도화지에 우리는 어떤 모습과 역활로 하느님과 함께 그림을 그려가고 있을까. 먼저 봉이 되길 거부한 짝처럼 주님께 수많은 탈렌트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남이 잘 되는 것을 질투하고, 끊임없이 불안해하며 움켜쥐기에 급급하지는 않을까. 하지만 탈렌트는 소유물이 아니라 은총을 받은 목적과 쓰임에 따라 사심없는 봉사와 희생의 도구로 사용할 때 진정한 가치를 발휘한다.
또한 마음이 맞지 않은 짝을 만난 것 처럼 하느님을 외면하고, 타인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웃의 어려움과 고통을 외면한 채 살지는 않았을까. 그래서 부드러운 마음을 잃어버리고 기쁨을 배앗겨 돌처럼 굳어진 마음으로, 고독한 삶을 태평성대라 착각하며 안일한 삶에 젖었을지도 모른다. 또 어쩌면 낙서가 된 그림처럼 교만으로 고집을 부려 주님의 뜻을 거스르다가 남을 해치고 자신마저 망쳐 버렸을 수도 있다. 남의 실수를 참지 못하고 자신의 뜻과 맞지 않다고 무자비한 언행으로 짜증을 낸다면 함께 만들어 가는 인생을 싸움터로 전락시켜 깊은 상처만 남길 뿐이다. 더불어 가장자리에서 홀로 성을 쌓은 외톨이가 되어 잔뜩 움츠린 채 자포자기와 실망으로 주님과 멀어져 점점 더 동굴 속으로 숨어들고 있지는 않을까.
그러나 하느님을 최고의 짝으로 신뢰한다면 새로운 그림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늘 함께 성실한 짝이 되어 주시는 주님의 뜻과 이끄심에 혼신을 다해 집중하고 한순간도 놓치지 말자. 날마다 기도를 통해 예수님께 시선을 고정시키고, 진실한 대화와 소통으로 부르심의 확신을 갖자. 그래서 인생의 큰 그림을 위해 이끄시는 동반자의 길을 믿음으로 받아드리고, 최선을 다하여 십자가의 삶을 긍정과 희망으로 그려 나갔으면 좋겠다.
인생이 남긴 명작, 하느님을 닮아갔던 삶을 환한 미소로 내어 놓을 때, 그 판단은 주님 몫이다. 얼마나 서로 사랑하고 격려하며, 행복한 그림을 즐겁게 완성하느냐는 각자의 역할일 것이다. 너와 나의 색이 조화를 이루고 다양한 인생이 어울어진 따뜻한 그림을 꿈꾸며 ....다정하게 '단짝'이라 부르시는 예수님의 음성을 따라 길을 잃지 않고, 그분과 함께 인생이라는 도화지에 아름다운 삶의 과정을 충실히 담아 갈 뿐이다.
"사랑의 벗이신 주님, 날마다 기도를 통해 희망의 무지개를 그리게 하소서. 기쁨으로 물감을 만들어 뿌리고, 사랑의 향기로 수를 놓게 하소서. 아멘"
2017, 3, 5.
서전복 안나(동양화가. 미술교육가)
천주교수원교구 "위로의 샘"에서
승 범 프란치스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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