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범(承汎)마당

보스는 왜 돈보다 권총을 택했나

승범(承汎) 2016. 2. 29. 14:15

                                                             보스는 왜 돈보다 권총을 택했나

                        몇일 전 조선일보에서 읽고 너무나 충격적인 글이라 옮겨 왔습니다.

 

      '보스'는 파티를 좋아했다. 파티도중 술이 살짝 오른 보스는 난데없이 권총 한 자루와 달러 한 다발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나와서 마음에 드는 걸로 하나씩 골라 봐" 워낙 변덕이 죽 끓듯 하는데다 기분이 초 단위로 바뀌는 보스 스타일을  아는 부하들은 선뜻 나서지 못하고 망설였다. 얼마 전에도 솔직히 말 해도 좋다는 보스 말에 정말 솔직하게 의견을 꺼낸 동료가 떡이 되어 실려 나가지 않았던가. 보스가 다시 보체자 마지못해 둘이 나와 하나씩 집어들었다. 달러 다발을 집은 부하는 이유를 묻는 보스에게 이렇게 대답했다."돈이 있으면 권총을 살 수 있습니다요." 권총을 집은 부하의 대답은 이랬다. "권총이 있으면 저런 돈 같은 건 얼마든지 빼았을 수 있지요." 보스는 껄껄 웃더니 권총을 잡은 부하의 손을 높이 들어주었다. "으하하, 딱 내가 듣고 싶었던 대답이야. 총만 있으면 남의 주머니에 있는 돈도 다 내 것이나 다름없지." 그러고는 정답을 말한 부하에게 권총과 함께 달러 다발까지 상으로 안겨 주엇다. 분위기 제대로 오른 그날 밤 파티는 밤새도록 이어졌다.

      어느 뒷골목 술집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 황장엽 비서와 함께 남쪽으로 넘어온 김덕흥 선생 책에 나오는 이야기로 1990년 1월 家臣團 술 파티 때 김정일이 군관들을 상대로 벌였던 이벤트를 재구성한 것이다. 김정일은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가 경제 건설에 지장을 받으면서까지 핵을 개발하고 중장거리 로켔을 개발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어. 그것이 내 의지야. 오늘 이 일을 당중앙위원회 모든 일꾼들에게 상세하게 전달해서 그들이 내 의지와 배짱을 잘 알고 일하도록 하시오" 총으로 상대를 위협해 돈을 빼앗는 것이 어떻게 의지이고 배짱인지 알 수 없지만 참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진 인물임은 틀림없다. 그런데 웃을 일이 아니다. 이게 바로 북한 핵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김정일의 마음속에 모든 남조선 재물은 잠정적으로 다 자기 것이었다. 경제를 개발하는 대신 남이 다 해 놓은 것을 빼앗으면 된다는 발상의 전환으로 그는 핵 개발에 매진했던 것이다.

      이런 기상천외한 집단과 마주하고 있는데도 우리의 현실 감각은 참 많이 떨어진다. 북한의 미사일 실험 결과를 놓고 미 본토까지 날아가느니 못 가느니, 무슨 올림픽 멀리뛰기 중계라도 하듯 보도하는 걸 들으면 정말이지 어이가 없다. 미국을 향해 도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북한은 미국에 핵미사일을 발사할 생각이 '전혀' 없다. 남쪽과 전쟁을 시작하면 섣부르게 개입하지 말라는, 미국에 보내는 '기술적' 신호일 뿐이다. 북한은 오히려 미국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한다. 최근 북한과 중국 사이가 매끄럽지 않은 것을 두고 우리에게 유리하니 불리하니 따지는 보도는 더 기막히다. 현재 미국은 중국을 사방으로 다 봉쇄한 상태이며 딱 하나남은 게 바로 한반도 쪽 통로다. 바둑의 '단수' 상황에서 여기까지 막으면 중국은 꼼짝달싹 못 한다. 그러니까 북한은 자기네가 중국과 별로 안 친하며 미국이 원하는것을 다 들어 줄 테니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분쟁에 개입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사견이다. 그러나 나는 좀 무섭다. 우리도 이제 권총을 집을 때가 되었다.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남정욱의 명랑笑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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