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범(承汎)마당

정(情)

승범(承汎) 2016. 1. 18. 21:00

                                                    정(情)

 

      몇년 전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사람들에게는 서양사람들에게는 없는 정(情), 즉 영어에서는 단어 자체가 없는 '정'이라는 것이 있어서 인화하고 단합이 잘 되는 좋은 점이 잇다고 부러워하는 눈치까지 보이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정(情)이란 무었인가? 하고 사전을 찾아 봤더니 "사물에 느끼어 일어나는 마음의 작용 내지 현상" "사랑 하거나 친하게 여기는 마음"이라고 했다. 나는 답을 얻기 힘들었다. 그래서 이것 저것 뒤져보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한자다. 그렇다면 유학에서 말하는 '정'이다. '정'은 인심 내지 인성론의 테두리 안에서 다루어지고 栗谷 李珥, 退溪 李滉, 尤庵 宋時烈 등 대 유학자들이 논한 '情'이 바로 그것이 아닐까 싶다. 유교에서의 '정'은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요소로 심리학적 영역만이 아니라 인성론은 물론 도덕론, 인품론, 인간행위의 범주에까지 논하고 있다. 이것이 유교에서의 情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지금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정'이란 세월이 흘러가면서 유교에서 말하는 정에서 철저하게 우리 것으로, 순수한 우리말로 토착화 하였다고 생각된다. 거기에서 파생된 말들이 '정답다' '정겹다' '정들다' '정 떨어진다''정차다' '정붙다' 정떼다' '정주다' 정받다'같은 말들이 생겨났고 '정나미'떨어진다는 말도 있다. 앞에 나온 말들은 '정'자에 접미사를 붙인 말 같지만 '정나미'는 완전 독립된 순수 우리말이다. 또 정이란 말은 사랑이란 말과 비슷한 뜻을 가진 말이다. 그러나 사랑 보다는 좀더 깊이가 있고 더 넓게 쓸 수 있는  말이 아닌까 싶다. 사랑하면서 살자. 정답게 살자. 어찌보면 한국사람들에겐 '정답게 살자'는 말이 더 가슴에 와 닫는 말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항간에 돌아다니는 말을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면 '사랑'이 뭔지 '정'이 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엄마가 아기한테 젖 물리는 건 사랑.

엄마가 아기 젖 안 먹는다고 걱정하는 건 정.

 

남편이 일찍 들어와 포옹하는 건  사랑

남편이 안 들어와 걱정하는 건  정

 

아들이 대학에 붙어 좋아하는 건  사랑

아들이 대학에 떨어졌을 때 뒤에서 끌어안고 "괜찮아" 하는 건  정

 

딸이 거짓말 하는 걸 알고 야단치는 건  사랑

딸이 거짓말 하는 걸 모르는 척 넘어가 주는 건  정

 

우리 월지회 사람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함께 하는 건  사랑

앞에 가는 사람이 눈길에 미끄러져 혹시 넘어질가 봐 걱정하는 건  정

 

오늘 월지회 나오라고 멧세지 보내고 전화 하는 건  사랑

오늘 함께 하지 못 한 사람, 혹시 건강에 이상이 있어서 못 나온 건 아닐까 걱정하는 건  정

 

대공원 산자락에서 각자가 가져온 도시락 펼처놓고 함께 먹으며 즐기는 건 사랑

식사 끝나고 각종 쓰레기 담아 짊어지고 내려오면서 '수고했다'며 등 두들겨 주는 건  정

 

산행 후 식당에서 술잔 들고 '나가자' 외치며 한잔 하는 건  사랑

과음에 건강 해칠까봐  '지부지처'하자고 외치면  그건   정

 

 

 

 

                                                                                                                      2016,   1,    17.

                                                                                                                                 해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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