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똥파리
얼마 전 가까운 친구가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 문병을 가서 위로도 하고 그간의 과정얘기도 들었다. 소장과 대장이 연결 되는 부분에 종양이 생겼기 때문에 변(똥)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변의 발견도 안되었고, 대변의 모양도 큰 변화를 못 느꼈기 때문에 뒤 늦게 말기 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지 않아도 요즘은 친구들끼리 만나면 건강 얘기를 많이 하기 마련이다. 요즘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암이 대장암이라고 한다. 그 대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똥이다. 똥의 모양,굵기, 색깔, 냄새, 묽기 정도 등에 따라 대장의 건강상태를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똥이란 무엇인가?
똥이란 사람이나 동물이 먹은 음식물을 소화하고 난 뒤 항문을 통해 몸 밖으로 내 보내는 찌꺼기를 말한다. 대변이라고도 하고 분(糞) 또는 분변(糞便)이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똥이란 버려진 찌꺼기에 냄새까지 풍기는 더러운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라는 말도 있다. 지나가다가 똥을 밝으면 ‘재수 없다’고 인상을 찌푸린다. 그래서 재수없는 일을 당했을 때 ‘똥 밟았다’고도 한다. 자동차도 수명 다하고 버려질 때가 되면 ‘똥차’라고 한다. 똥고집이란 말도 있다. 필요이상으로 옹고집하는 더러운 고집이란 뜻일 것이다. 똥을 잘 먹는다는 뜻으로 상대를 얕잡아 이르는 말이 ‘똥개’다. 어른들이 아이에게 애정을 담아 귀엽게 불러주는 말이 ‘똥강아지’다. 그리고 ‘똥파리’라는 말도 있다. 더러운 똥을 찾아 다니면서 똥 위에 앉아 핧다 먹는 시늉을 하면서 모여드는 파리들을 똥파리라고 한다. 이 말은 사람을 이르는 말도 많다. 아무 일에나 함부로 나서거나 간섭을 하면서 얻어먹으려고 덤벼드는 사람을 속되게 표현하는 말이다. 예를 들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잔칫집이나 공공의 행사장 같은 곳에 즉 먹거리가 있는 곳에 행사와 무관한 사람들이 찾아들 때‘오뉴월 똥파리 끓듯 모여든다’고 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 속에는 이 사회에서 천대 받던 사람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말이기도 하다. 가난에 찌들려 밥 얻어 먹기도 힘들어 무작정 집을 뛰쳐나와 하루 세끼 밥이라도 얻어 먹을 수 있는 일꺼리를 찾아 헤매다가 그도 여의치 않아 끼니 때가 되면 배가 고파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먹거리를 훔치다가 먹어 보지도 못하고 쫓겨나온 어린이 들이 한 때는 우리사회에서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 또한 똥파리 신세인 것이다. 그러다가 더 심해지면 여기서 한바탕, 저기서 한바탕 쌈박질 하다 드디어는 쌈꾼이 되어 이놈 때려 물건 뺏고 저놈 때려 돈도 뺏다보면 길거리 깡패가 되고 만다. 이 또한 똥파리 신세에 불과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하루 세끼 밥이라도 먹게 해 줄려고 남의 집 식모로 보내진 어린 딸, 이 또한 똥파리 신세가 아닐런지…
이렇게 더럽기만 한 똥을 마다하지 않고 받아주는 곳도 있다. 흙이다. 즉 농사를 짓는 농토다. 똥을 받아먹은 농토에는 오곡이 풍성하게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물론 화학비료를 주어 농사를 지을 수도 있지만 화학 비료를 먹은 농토는 산성화 되기 때문에 토질이 나빠지고 결국엔 결실을 얻을 수가 없다. 그러나 똥을 먹은 농토는 알카리 성으로 바뀌면서 더 좋은 옥토로 바뀌어져 그야말로 풍성한 결실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어떤 자료를 보니 국내 최고의 대장암 권위자이신 박재갑 교수는“삶이 똥을 닮았다”고 말씀 하셨다. 아! 그렇구나 삶이 똥 닮았지, 아니 “똥은 우리들의 삶과 같다”고 해도 될 것 같다.”복잡한 이 세상 살아가는 인생과도 같다”는 생각도 든다.
대변은 굵기, 색깔, 모양에 따라 건강상태가 다르다. 너무 굵으면 변비일 가능성이 크고, 너무 가늘면 치질이나 악성 종양일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 인간도 같다. 너무 뚱뚱하면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살 빼기 운동을 한다. 그렇다고 너무 말라도 건강이 걱정된다. 그리고 대변의 색갈은 황금색에, 모양은 빠나나 모양이면 최고라고 한다. 만약에 색갈이 흑색, 흰색, 혈색, 록색이면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모양도 토끼똥이나 염소똥 같이 구슬 모양이거나 아예 모양이 안 생길 정도로 묽은 것도 적신호란다.
그렇다면 ‘빠나나 모양의 황금색 똥’을 배출한다는 것은 건강상태도 양호하고 그 똥은 냄새도 없고 농토에 뿌려지면 토질이 옥토로 바꾸면서 또 다른 먹거리를 생산 하는데 크나큰 공을 새우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빠나나형 황금색 똥’을 배출할 수 있을까? 여기는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물의 종류,질 등으로부터 먹은 음식물이 위장,소장 대장에 올 때까지 신체 모든 기관들의 작동에 의해 결정 되겠지만 나는 의학적인 얘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대장에 도달 했을 때는 완전 찌꺼기만 도착 했을 것이다. 그 더러운 냄새 나는 찌꺼기를 포근히 감싸 안고 적당한 습도를 조정 하면서 색깔도 만들어내고 모양도 만들어 내는 곳이 바로 대장이다. 세월이 좋아 음식물도 다양해 졌으니 대장에 오는 찌꺼기 또한 각양각색일 것이다. 그러니 종양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것만 같다.그렇다면 대장이 건강해야 “빠나나형 황금색 똥”이 만들어 질 것이다. 그렇다 대장이 튼튼해야 한다.
이세상 인생살이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부잣집에서 아쉬운 것 모르고 자란 옥동자도 있고, 권력가의 집안에서 어려서부터 어깨에 힘 주고 자란 사람도 있고, 열심히 일해 받아온 월급으로 세밀하게 짜여진 계획대로 생활해 온 사람도 있고, 재물도 권력도 물려받지도, 벌이지도 못해 고생고생 하면서 하루살이 처럼 살아 온 사람도 있고, 위에서 말했듯이 똥파리처럼 살아온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유형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사는 곳이 바로 우리가 사는 이 사회다. 즉 우리 인체의 대장에 함께 섞여 사는 꼴인 것이다. 그러다가 언잰가는 썩어 똥이 되어 몸 박으로 버려지듯 우리 인간도 죽어 땅 속으로 버려지게 된다. 그때는 똥이든 인간이든 “빠나나형황금똥”으로 버려져야 한다. 그래야 그 땅이 옥토가 되듯 우리사회도 그 후광을 받아 옥토 같은 황금사회로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회를 만들어 갈려면 대장이 더러운 찌꺼기를 기꺼이 끌어안고 모양도 만들고 색깔도 만들어 내듯이 우리사회가 잘난 사람이든 못난 사람이든 똥파리 같은 인간일지라도 끌어안아주고 보듬어 줘서 꿈과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똥파리도 똥개도 없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똥파리 똥개같이 애환이 많은 서민들의 생활에는 아랑곳 없이 국회의원 한번만 하면 65세 이후 매달 120만원의 연금이 나오고 월 일억오천만원의 월급에 9명의 비서를 거느리고, 면책특권등 수십 수백가지의 특권을 누리면서, 지금과 같은 안보 비상시국에도 국방장관을 비롯 육 해 공군 참모총장들을 한꺼번에 불러들여 4시간이나 대기 시켜놓고 큰소리 치는 이런 국회의원들, 쪽지예산이니 밀실예산이니 엉터리 통과 시켜놓고 국민들의 분노를 쌓고 아프리카로 연수 간다면서 국고 낭비하는 국회의원들, 이들이야말로 국민세금 갉아먹는, 똥파리 잡아 먹는 ‘왕똥파리’다. 이 사회를 암 걸리게 하는 짓이다. 대장암이다. 이 사회가 대장암에 걸리면 “빠나나형황금똥”은 없다. 밝은 사회,“황금사회”도없다.
2013, 4, 19.
해 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