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사랑과 섭리
얼마 전 나이 어린 조카가 가계에서 파는 유정란 세개를 시험삼아 부화기에 넣엇다. 21일이 지나자 두 알은 썩어버렸다. 그리고 혼자 살아남은 병아리는 좁은 껍질 안에서 연약한 부리로 출입문을 두드리고 힘겹게 사투를 벌렷다. 땀 같은 양수에 흠뻑 젖어 지친 병아리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조카는 껍질을 깨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부화의 과정을 도와주느 순간, 그 병아리는 면역력이 약화되고 일찍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저 애처로이 발만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었다. 실시간 동영상으로 중계된 병아리의 부화 과정, 그렇게 희고 예쁜 병아리 한 마리가 스스로 알을 깨고 탄생 하였다.
병아리 한 마리의 탄생을 지켜보는 마음도 이러한데, 하물며 자신만의 생각의 틀 안에 갇힌 우리를 바라보는 주님의 마음은 어떠할까.틀의 모서리를 조금만 깨트려 주고 싶은 마음, 매 순간 숨 죽여 바라보면서 늘 가슴 졸이는 그 따뜻한 사랑이 메마른 마음을 촉촉하게 적신다.
우리는 가끔 주님의 사랑과 섭리를 오해하고, 문제를 빨리 해결해 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아무리 기도하고 기다려도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원망하곤 한다.
하지만 도리켜 보면 기도의 원의가 욕심이 섞여 순수하지 못한 지향으로 변질 될 때가 있다. 그 때에 주님께서는 반짝이는 허상을 보고 달음질쳐 멀어져 가는 우리의 뒷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아파하셨을 것이다. 또 은총을 담기에 그릇이 너무 작을 경우, 넉넉하고 푸근한 그릇으로 단련시켜 스스로 성장하기를 자애로운 눈으로 응원하실 것이다. 때로는 우리의 능동적인 노력과 희생. 기도가 부족할 수도 있다. 하느님께서 이미 충분히 주신 능력과 축복을 의지적으로 부지런히 사용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그러므로 현재 하느님의 뜻과 일치하는 기도를 성실히 하고 있고 온 힘을 다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면 가장 적절한 때에 분명히 좋은 응답과 기다림의 열매를 주실 것이라 굳게 믿는다.
오랜만에 넘겨 본 감사노트에 옛 추억이 기록되어 있었다.우연히 길을 가다 넘어져 얼굴 한쪽을 흉터가 나지 않을 만큼 쓸려 붕대를 붙이고 면접을 보러간 일, 기대했던 일이 이루어지지 않은 허탈한 기억, 그리고 그 글귀마다 실패한 이유와 성찰, 주님께 대한 감사와 찬양이 담겨있었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신호등의 초록불이 바로 켜져도 감사하며 작은 일에도 찬미기도를 드렸던 시절이었다. 다시 한번 나태해진 감사의 촉을 바로 세우며, 선택의 갈림길 마다 최선의 길을 가게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다.
결코 기도를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말자. <이솝이야기>중에 '화금알을 낳는 거위'의 농부처럼 가득 쌓인 황금덩어리를 기대하며 거위의 배를 갈라 애꿎은 거위의 목숨을 잃게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말아야겠다. 사실 농부는 24시간 기다림끝에 한 알씩 얻은 황금알로 충분히 부자가 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하루'라는 선물안에서 은혜로운 시간을 가치있게 사용하여 복된 삶을 누릴 수 있다.
힘들 때마다, 언재나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자주 떠올려 보자. 행여나 돌부리에 넘어질까 인도해 주시고, 가장 알맞은 때에 최선의 방법으로, 가장 좋은 것을 주시는 최선의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해 보자. 머지않아 교회의 새해인 대림시기가 시작된다. 과거에 배푸신 하느님의 섭리에 감사하며, 현재의 삶에 감동하며, 다가 올 희망의 날을 하느님의 자비 안에서 굳건히 기다려 보면 어떨까. "자비의 하느님, 어떠한 순간에도 주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것을 굳게 믿고 한결같이 사랑하게 하소서, 아멘."
- 서전복 안나(동양화가, 미술교육가)-
2015, 11, 1.
해 봉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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