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범(承汎)마당

인생이 아픔이었네

승범(承汎) 2012. 11. 12. 19:54

                                                                     인생이 아픔이었네

 

    "위기가 많았다. 내 인생은 비주류 인생이다. 아버지는 나를 보고 '외화내빈, 깡통인생'이라고 한다. 죽고 싶도록 괴로운 순간이 있는데 지나고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위의 글은 어느 신문에 보도된 인터뷰를 이용한 것이다. 어떤 사람의 발언일 것 같은가?

    고승덕 전 국회의원으 말이다.

    나는 이 기사를 읽고 깜짝 놀랐다. 적어도 고승덕 전 의원 같은 사람은 이런 말을 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대 법대 재학중에 사법시험, 행정고시, 외무고시를 합격하고, 하버드와 예일대를 전 과목 A학점으로 졸업한 후, 콜럼비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해 주식투자 전문가와 방송인으로 활약하다 국회의원이 되었다. 지금은 변호사다.

    만난적은 없지만 그의 이름은 매우 각별하다.

    나는 대학 졸업 후 백수로 지내면서 행정고시 공부에 '올인'했지만 떨어졌다. 당시 여자친구가  "1차도 안 된거야?"라고 조심스럽게 물어 왔을 때의 자괴감이란 그 여자친구를 떠나 보내고 이듬해에 또 한번 도전 했으나 역시 1차부터 낙방해 피눈물을 쏟았는데, 고승덕이란 사람은 사법, 행정, 외무 3개 고시를, 대학 재학중에 합격한 것이다. '공신(공부의 신)'이 따로 없다. 그 당시 고시생들 사이에서 그는 전설이었다.

    이 인터뷰를 보고 '과도한 겸손'이라거나 반대로 '자만이 지나치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저렇게 잘 나가는 사람이 '죽도록 괴로운 순간'이 었다고 한다면 아직 이룬 것 없고 보잘 것 없는 나 같은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살라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하지만 고승덕 의원이 자신의 고통을 과장했다고 속단할 근거는 없다. 아픔은 철저히 개별적인 것이기에.

    인생이란 혼자 사는 것이다. 이력서의 경력 사이사이에 괄호쳐져 있는 고통과 좌절을 타인은 알지 못한다.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인 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최고 경영인이 되고, 한국에 돌아와 삼성전자와 삼성SDI사장을 거쳐 삼성카드의 CEO를 맡고 있는 최치훈 사장은 한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력서만 보면 화려해 보이지만 이 자리에 오기까지 무수한 고난과 절망을 격었다."

     나는 인터뷰 기사 읽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그사람의 괄호 안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삶 전체가 밝게 빛나는 태양일 것만 같았던 사람이 알고봤더니 나처럼 어두운 뒷면을 가지고 있는 굴곡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면 타국의 오지에서 동향 사람을 만난 것 처럼 반갑다.

 

    '샐러리맨의 화신' '미다스의 손' '돈 버는 마술사'등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은 한국 휠라의 월급쟁이로 일하다 글로벌 본사를 인수해 버렸고, 이후 세계시장 점유율 60%를 자랑하는 골프용품 브랜드 '타이틀 리스트'를 보유한 회사 '아쿠쉬네트'를 성공적으로 합병했다. 그런 그도 아픔을 이야기 한다.

    어린 시절은 고생을 많이 했다. 어머님이 나를 낳은지 100일만에 전염병으로 돌아 가셨다. 경기도 화성군 비봉면의 가난한 농사꾼이었던 아버지는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폐암으로 돌아 가셨다. 눈을 감기 직전 '엄마 없이 자란 자식, 내가 장가 가는 거라도 봐야하니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 하셨다. 그 모습에 충격을 받고 의사가 되려 서울대 의대에 도전했다. 세번 낙방했다. 마지막엔 2지망인 치의예과에 합격했지만 적성에 안 맞아 그만두고 한국외국어대에 가 내 나이 서른에 졸업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달 같은 존재다. 계속 같은 반구(半球)만 보여 준다. 가장 밝은 면만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방의 어두운 뒷면은 볼 수가 없다. 내 어둠을 아는 것은 나 뿐이라는 사실은 하나의 착각을 불러 이르킨다. 살면서 자세히 볼 수 있는 '어두운 이면'이란 자기 자신의 것 뿐이기에, '남들은 저렇게 잘 나가는데, 나만 이렇게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찰리 채플린은 "인생이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아라고 했다. 필연적으로 남의 인생은 멀리서 보게되고 자기 인생은 가까이서 보게되니, 남의 인생은 즐거워 보이고 나의 인생은 슬퍼 보이는 것이다. 나는 누구를 지나치게 부러워 하거나 연민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나에 대한 부러움이나 연민에 크게 연연하자지도 않으려고 한다. 나도 그를 온전히 못 보고, 그도 나를 온전하게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출간되자 만나는 중년마다 내게 말했다. "중년도 아파요. 아픈 중년을 위한 책도 써 주세요." 청소년들은  또 이렇게 말했다. "청소년도 아파요. 아픈 청소년을 위한 책도 써 주세요." 아내의 친구들은 또 이렇게 말했다. "주부들이 제일 아파요. 아픈 주부들을 책도 써 주세요."

    도대체 이 나라에 아프지 않는 이, 누구란 말인가? 그렇다. 인생이 아픔이었던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말이다.

 

    '왜 나만 이렇게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드는가? 잊지마라. 이 나라 전 국민이 그렇게 생각하며 살고 있다. 믿기지 않겠지만 누군가 당신을 부러워 하면서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힘을 내자.

                                                  김난도 저

                                                        "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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