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가 아니면 잡초
나는 매년 추석 때면 성묘를 간다. 어머님 산소가 벨래골(海川) 막장 양지쪽 산중턱에 있다. 내가 어릴 때는 그 산밑에는 논이 있었다. 물론 깊숙한 산골이라 조그마한 천수답이다. 그래도 추석 성묘 갈 때는 누렇게 익은 벼 이삭들이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해인가는 말라비틀어진 벼와 이름 모를 잡초들이 뒤엉켜 벼 밭인지 잡초지 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의 비참한 모습으로, 추수는 아예 포기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 다음 해 부터는 아예 벼를 심지도 않는 잡초지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각종 나무들까지 생겨 산자락 같이 변해버렸다. 즉 벼를 심던 논이 잡초들에게 완전히 점령당하고 말았다.
이와 같이 벼는 벼논에 있어야 벼다. 그 논에 심어진 벼를 벼가 되게 하려면 잡초를 제거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지 않으면 벼는 벼가 되지 못하고 잡초가 되고 말 것이며, 논은 잡초지가 되고 말것이다. 뿐만 아니라 벼를 심어놓은 논에 보리가 자라도 그것은 보리가 아니라 잡초일 뿐이고, 보리밭에 밀이 자라도 그것은 밀이 아니라 잡초에 불과한 것이다. 콩밭에 고구마가 자라도 그것은 고구마가 아니라 잡초에 불과하니 얼른 뽑아버리지 않으면 콩이 콩으로 성장할 수가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 한가지 배려할 수 있는 것은 고구마를 뽑아서 고구마 밭으로 옮겨 심어줄 수 있다면 그것은 고구마로 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 우리사회는 성범죄 사건으로 시끄럽다. 그것도 나주의 초등학교 1학년 어린아이를 납치, 성폭행한 사건을 비롯해 연일 성폭행에 관한 기사가 온 신문을 도배질 하고 있다. 오늘아침 조선일보 기사를 보니 나주의 어린이 성폭행 범죄자는 아동 성도착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이처럼 아동 성도착증에 빠진 사람들은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인터넷에는 아동 성도착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가 10여개 개설돼 있다고도 했다. 카페엔 많게는 2,780명에서부터 10여명까지 회원으로 가입해 있단다. 고종석 사건으로 떠들석 했던 지난 30일부터 어제2일 사이 “흐흐흐 로리xx xx 싶다(어린이 성폭행하고 싶다는 은어)” “나주 성폭행사건 크게 터졌다. 조심해라 ㅋㅋ” “로리 xxx 징역 10년 vs 그냥 살기”라는 글에는 “닥전”이란 댓글이 달리기도 했단다.(닥전이란 ‘닥치고 전자’라는 의미로 당연히 범행을 저지르고 징역 10년을 살겠다는 뜻) 정말 기가 막힐 일이다.
이들이야말로 우리사회의 인간 잡초들이다. 이들을 어떤 형태로든,어떤 방법으로든 속아내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허허벌판과도 같은 잡초 밭으로 변하고 말 것이다. 누굴 믿고 아기를 가질 것이며, 누굴 믿고 학교를 보낼 것이며, 누굴 믿고 놀이터로 보내겠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우리사회는 출생률 저하가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현실인데도 말입니다. 인터넷 시장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우리사회를 발전시키고 우리의 생활모습을 활기차게 변화시켜줄 인터넷 시장을 이들이 이처럼 험악한 카페 등으로 침범한다면 이들 또한 인터넷 텃밭의 잡초들입니다. 이런 잡초들은 하루빨리 뽑아버려야 합니다. 그래야만 밝은 사회의 미래가 보입니다.
뿐만 아니다. 같은 기사에 따르면 작년에 13세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자(강제추행, 유사성교, 강간 포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비율이 48,1%로 2010년(41.3%)보다 6.8%포인트 올라갔다고 한다. 성인 대상 성범죄를 포함한 전체 성범죄자의 집행유예 비율도 38.8%에서 40.4%로 1년새 1.6%포인트 올라갔단다. 집행유예 비중이 높아진 것은 성범죄 중 가장 비중이 큰 “강제추행”사건에서 집행유예가 늘어났기 때문이란다. 2010년 13세 미만 대상 강제추행범 370명 가운데 51.1%인 189명이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는데, 작년엔 361명 가운데 60.9%인 220명이 집행유예선고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집행유예의 대부분은 피해자와 합의 했기 때문에 선고된다. 성추행범이 피해자와 합의 했다는 이유로 형량을 낮춰주면 이런 범죄가 계속 늘어갈 수 밖에 없다고 경찰대 어느 교수는 말했다. 정말 집행유예로 풀려 나오는 성범죄자 비율이 너무나 높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피가 꺼꾸로 솓아질 만도하다. 그런데 지난 8월 31일 부산에서 형사제판 담당판사 38명이 포럼을 갖고 “합의나 피해 금액 공탁을 이유로 성범죄자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는데 신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글을 읽고 있노라면 지난번 SNS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들어 현직 대통령을 가카세끼등으로 표현하는 판사들이 떠오릅니다. 물론 판사들도 표현의 자유도 있고 오로지 법문에 의한 판단을 하겠지만, 원래 법이란 모든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국민들을 위험에서 보호해 주기 위해 법이란 것이 만들어 졌다고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국민을 위한 법입니다. 그렇다면 위에서 열거된 성범죄자, 특히 아동성범죄자 등 우리사회의 잡초와 같은 범죄자들이 돈의 힘으로 합의를 보고, 공탁금을 건다고 해서 그들에게 가벼운 벌을 준다면 이들 잡초들에 의해 우리 사회는 물론 사법부 자체가 잡초밭으로 변할까 두렵습니다. 똑똑한 판사들이 돈의 힘에 밀린다면 그 사회는 인간 잡초밭으로 바뀔 것이고, 그 잡초밭에서는 판사가 되레 잡초가 되어 뽑혀나지나 않을까 두렵습니다. 잡초밭에서는 잡초만 있을 뿐, 법도 국민도 없을 겁니다. 잡초 같은 인간들의 인권이 선량한 국민들의 행복권 보다 중할 수는 없을 겁니다. 판사여러분! 잡초가 자랄 수 없는 밝은 사회건설을 위해 잡초의 시를 말려 버릴 수는 없을까요? 아니면 콩밭에서 자란 잡초 고구마처럼, 돌아올 수 없는 고구마 밭으로 아예 옮겨 버리는 방법은 없을까요?
2012, 9, 3.
해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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