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범(承汎)마당

대인춘풍(待人春風)

승범(承汎) 2016. 5. 31. 17:00

대인춘풍(待人春風)

 

待人春風(대인춘풍) 持己秋霜(지기추상)

待(기다릴대), 人(사람인),春(봄춘),風(바람풍)

持(가질지),己(자기기).秋(가을추),霜(서리상)

"남을 대할 때는 봄 바람처럼 부드럽게 대하고, 자기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하라"

이는 채근담(菜根譚)에 나오는 이야기다.

 

      우리사회의 지도자급 인사들이나 저명인사들이 좌우명으로 많이 사용하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카토릭 기도문에도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하고 가슴을 치면서 올리는 '고백기도'가 있다. 서로 상통하는 뜻이 포함된 말이 아닐까 싶다.모두 남을 대할 때는 봄 바람처럼 관대하게 대하고 자기를 지키는 일은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요즘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옥시사건같은 수사건 문제나 밥그릇 싸움에 여념이 없는 정치인들에게도 이런 좌우명을 쓰는 사람들이 있을까. 좌우명으로 쓰지는 않아도 이런 명언을 가슴에 새기고 일을 처리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생각하던 차에 오늘 성당 미사에서 주임 신부님께서 강론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신학대학 학생시절, 미사를 볼 때 함께 미사를 보던 할머니 한분이 계셨는데 성체성사를 한 후 자리에 돌아와 기도를 올리고 있는데, 옆에서 끄-윽끄-윽 하면서 트림을 하더랍니다. 그것도 여러번 계속해서. 성체성사 때 주는 성체는 사탕 반알 만큼도 안되는 양의 건빵인데 그걸 먹고 트림을 하다니, 원래 트림이란 과식 하거나 먹은 음식이 소화가 안 될 때 나오는 것이다. 때문에 냄새도 풍길 수 있지요. 그런데 신부님께서는 주님께서 주신 그 자그마한 성체를 받아 먹고도 남들이 밥 한 그릇 먹은 것 같은 포만감을 느끼셨구나 또 나이 많은 할머니 이시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렸다고 하셨다. 정말 성직자 다운 처신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존경스러웠습니다. 보통 그럴 경우에는 얼굴을 찌푸리거나 자리를 옮기는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신부님의 그 배려는 바로 대인춘풍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우리는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관대하고, 다른 사람이 한 일에 대해서는 모든 까다로운 잣대를 다 동원하여 평가가 아닌 공격을 하는 것을 많이 봐 왔습니다. 그래서 소통도 화합도 어렵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타인에겐 춘풍처럼 따뜻하게 대하기 위해서는 용서와 배려가 필요하고, 자신에게는 추상같은 엄격한 잣대로 평가할 수 있는 자세를 갖도록 끊임없는 노력과 겸손과 인내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는 待人春風, 持己秋霜의 기본 정신을 이어받아 우리 사회를 정의롭고, 평화롭고, 행복한 사회로 만들어 가야되지 않겠습니까?  다 같이 노력 합시다.

 

2016,   5,   29.

                  承      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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