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샘

백세인생

승범(承汎) 2016. 1. 12. 00:31

                                                      백세인생

 

      육십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왜? 이사악의 아네 레베카는 육십세에 에사우와 야곱을 낳앗다.(창세 25,26 참조)

      칠십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할 일이 아직 남아 못 간다고 전해라. 왜? 테라가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을 낳은 것은 칠십세 때 였다.(창세11,26참조)

      팔십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만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 그래도 또 데리러 오거든 자존심 상해서 못간다고 전해라. 왜? 모세는 팔십세 때 파라오에 대적해 이스라엘 백성을 구출해 냈다.(탈출 7,7)

      구십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알아서 갈테니 재촉말라 전해라. 왜?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가 아들 이사악을 낳은 나이는 구십세였다. (창세 17, 17 참조)

      백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 왜? 아브라함이 이사악을 얻은 것은 백살이 되던 해였다.(창세 21,5 참조)

      백오십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나는 이미 극락세계에 와 있다고 전해라. 이것도 조금 양보해서 하는 말이다. 아브라함이 산 햇수는 백칠십오 년이다.(창세 25,7 참조) 이사악은 백팔십세나 살았다.(창세 25,28 참조)

     

      요즘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자존심이 저절로 우러나온다. 그 힘든 세월을 어떻게 버텨왔을까......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물어보면 세월이 200km로 달린다고 말 한다. 청년과 장년의 시계는 그렇게 빨리 흐르지 않는다. 링 위에서 일방적으로 맞고 있는 권투 선수에게 3분은 영원한 시간이다. 그러니 링 위에서 70~80년을 버텨온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존경스럽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허락 받기 전에는 링에서 내려갈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링 위에서의 혈투는 외롭다.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혼자 힘으로 버텨야 한다. 어쩌면 인간 존재 자체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에 나서야 하는 외로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은 자신의 저서 <고독한 군중(the lonely crowd)에서 내면적인 고립감에 번민하는 고독한 군중이 바로 현대인의 자화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신앙인이다. 그래서 안다. 링 위에 우리를 올린 이유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 이유를 찾다보면 문득 깨닿게 된다. 할일이 많다. 쉴새 없이 팔을 앞으로 뻗어야 한다. 링 위에 올린 분은, 링 위에서 버틸 힘도 주실 것이다. 그렇게 링 위에서 땀 흘리다 보면, 언잰가는 경기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릴 것이고, 그 때 기쁜 마음으로 링위에서 내려오면 된다.

      우리 모두 함께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주신 그 축복이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함께 하길 기도한다.

      "너는 장수를 누리고 무덤에 묻힐 것이다."(창세 15,15)

                                                  2016,  1,  3.

                                                            우광호(라파엘, 월간 가토릭 비타곤 편집장)

 

                                                                           천주교수원교구 '위로의 샘'에서

                                                                                                  해 봉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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