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 국 화
부여 국화축제장에서
나는 근년에 국화축제 등을 통해서 국화꽃을 많이 봐왔다. 그런데 그 꽃들이 옛날 어릴적 산이나 들판에서 봐 왔던 그런 국화꽃도 아닌 것 같고, 집에서 화분에 길렀던 그런 꽃도 아닌 것 같아, 어릴적부터 봐왔던 그런 꽃이 그립기도하고 아쉬움도 생겼다. 그 중에서도 들국화가 더 그리워졌다. 그래서 요즘 산에 다니면서 들국화를 찾아보려고 노력 했지만 찾아볼 수가 없었다. 사실 들국화가 어떻게 생겼는지 정확히 모르면서도 말이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찾아 봤더니 들국화란 꽃 이름이 아니라 들에서 피는 국화종류의 꽃들을 통틀어 들국화라고 한단다. 즉 구절초, 쑥부쟁이, 울릉국화, 감국, 산국, 해국, 등을 통틀어 들국화라고 한단다.
국화전시장에서
구절초
쑥부쟁이
국화꽃의 향기는 정말 찐하다. 집안에 국화꽃 화분 하나 두면 온 집안이 국화꽃 향기로 그득했다. 들국화 향기는 더 찐하다. 그래서 들국화는 십리밖의 벌, 나비를 불러들인다고 했다. 또 된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상강(霜降)이 지나면 잡초들이 된 서리에 기가 꺾여 폭삭 주저 앉을 때 피는 꽃이 들국화다. 그렇다고 가을에 싹이 트는 것도 아니다. 다른 꽃들과 마찬가지로 봄이면 싹을 틔운다. 그러니 얼마나 긴 시간을 기다렸을까? 다른 꽃들이 서리를 맞고 시들어 갈 때까지 들판에서 외롭게 찬 바람 맞으면서 끈질기게 기다린 끝에, 피는 꽃이니 향기가 그 어떤 꽃보다도 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서릿발 속에서도 향기를 퍼뜨리니 들국화는 노년의 기품이요 군자의 덕이다. 그래서 사군자 중에 하나일 것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외롭게 살아가며 기 죽지 말고 들국화처럼 서리가 내리든 눈이 내리든 용기를 갖고 활동하며 용기를 갖고 살아가는 것이 노년의 길이요, 우리 인생의 길이 아닐까 싶다. 들국화 닮은 인생말이다.
2015, 11, 7.
해 봉
'승범(承汎)마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해 첫 산행 (0) | 2016.01.14 |
---|---|
11월도 가을도 함께 보내면서 (0) | 2015.12.04 |
청남대 (0) | 2015.11.05 |
가족을 위한 기도 (0) | 2015.10.27 |
9월 마지막 수요산행 (0) | 2015.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