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간다.
나는 오늘 오후 집사람과 함께 앞산 불곡산에 올랐다.
9월 중순이라 아침 저녁에는 제법 쌀쌀한 가을 날씨지만 아직도
낮에는 무더운 늦여름 날씨다.
정상을 조금 못 가서 휴식공간이 있어 의자에 앉아 쉬엇다.
거기엔 긴 나무 의자도 있고, 살평상 같은 것도 있었다.
집사람이 살평상 위에 누워서 가을 하늘을 쳐다보면서 소리를 친다.
‘저것 좀 보라고,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이 너무너무 아름답다’고.
그래서 나도 옆에 누워서 하늘을 쳐다 봤다.
정말 아름다웠다.
약간은 황록색 빛깔의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가을 하늘,
푸르다 못해 검은 색깔로 보인다.
이래서 가을 하늘을 천고라고 하는구나
그런데 갑자기 희맑은 구름이 지나간다.
나뭇가지 사이로 흘러가는 구름
외 이리도 빨리 지나갈까
내가 좋아하는 가을을 빨리 오라고 서두르는 걸까,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가을을 샘통이라도 나서 빨리 쫒아버리기 위해서 일까.
가는 시간 잡을 수 없듯이
흘러가는 구름도 잡을 수가 없구나
그래 그렇다면 맑은 하늘도, 흘러가는 구름도
그대로 즐기자. 흘러가고 나면 또 다른 구름이 오겠지
그래 맞았다.
이번엔 더 멋있는 구름이 지나간다.
이번엔 바람까지 불면서 나뭇가지를 흔들어 준다.
흔들리는 나뭇가지 사이로 흘러가는 구름,
빠르면 빠른데로 느리면 느린데로 멋있다.
이런 멋있는 가을 하늘을 쳐다보다 보니 시간이 꾀 흘러갔다.
우리는 일어나서 다시 정상을 향해 올라 갔다.
정상에서 잠시 쉬었다가 하산했다.
우리 인생살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매일 청명한 날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구름 낀 날만 있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비오는 날도 있고 눈 오는 날도 있다.
바람 부는 날도 있고 태풍이 몰아칠 때도 있다.
이 모든 현상은 누구에게나 똑 같이 주어진 현상이다.
하늘이 내린 자연의 변화 현상이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는
비가 와서 싫은 사람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눈이 와서 싫은 사람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바람이 불어 단풍잎이 떨어지는 것이 싫은 사람도 있고
떨어진 단풍잎을 밟으며 가을을 마음껏 즐기는 사람도 있다.
모든 자연의 변화에 내가 어떻게 적응 하느냐에 따라
즐거울 수도 있고 괴로울 수도 있다.
그것은 내 마음 가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살아 온 삶이 과연 즐거운 삶을 살아왔느냐고
내가 나에게 물어 봤을 때 정말 즐겁고 멋진 삶을 살아왔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나는 앞으로의 삶이라도 즐겁고 멋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인생 삶이 되게 해 달라고
하느님께 기도 드리고 싶다.
아니 기도 드리면서 살아갈 것이다.
2015, 9, 19.
해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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