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무엇을 하였느냐?
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에 저항했던 많은 저항 운동가들은 독일 군에게 붙잡혀 끔찍한 고문끝에 처형 당하였습니다. 그러나 붙잡혀 온 사람들 중에는 평범하게 지내며 조용히 살다가 잡혀온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들 중 어떤 사람이 절규하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 하였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저항운동을 한 일이 없습니다. 그런 내가 왜 이렇게 죽어야 한단 말입니까?" 그러자 구석에서 순순히 죽음을 기다리던 저항운동가가 그 사람을 향하여 이야기 했습니다. "당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 그것이 바로 당신이 죽어 마땅한 것입니다. 전쟁은 5년 동안 이나 계속 되었고, 수백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무참히 피를 흘리며, 수많은 도시들이 파괴되어 잿더미가 되었고, 조국과 민족은 멸망 직전에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도대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말입니까?"
진정 무서운 경고의 가르침입니다. 우리 조국도 70년동안 갈라져 있고, 수 많은 이산가족의 눈에 피눈물이 마를 날이 없는데, 무심한 세월은 쏜살같이 흘러 이제는 헤어진 가족의 얼굴조차 기억에서 사라지고, 이제 남과 북의 가족들은 하나둘 천추의 한을 안고 땅의 먼지로 사라지고있습니다.
남쪽은 배부름 속에, 북쪽은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서로를 향한 증오의 살기만 쌓아가고 있는데, 사랑과 용서를 외치는 신앙인들은 이 모든 저주의 세월을 나 몰라라 하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면 그것이 죽어 마땅한 일이라는 교훈인 것입니다.
남녁과 북녁의 고통받은 동포들을 위하여 쓰고 또 써도 남을 돈들을 쓸모없는 전쟁의 소모전을 치루기 위해 끊임없이 쏟아 붓는 현실에 우리가 눈을 감고 있다면 그것이 죽어 마땅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시간과 세월이 흐를수록 통일에 대한 희망과 작은 의지와 기도마저 사라진다면, 그것이 벌받을 일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장차 우리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그 나태함과 무관심으로 받게 될 징벌을 피하고자 또다시 움직여야 합니다. 남과 북의 위정자들의 그릇된 생각을 꾸짖고, 바꾸도록 애써야합니다. 바꿀 수 있는 길을 찾아 행동해야 합니다. 서로가 소통할 길을 뚫어야합니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능력과 한계로 불가능해 보이는 이 통일의 염원을 오늘부터라도 기도해야 합니다. 나중에 '너는 무엇을 했느냐?'라는 물음에 적어도 기도했다는 대답은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민족화해위원회 경기새터민지원센터장
죽전 효주아녜스성당 주임 허 현 요한세례자 신부
2015, 7, 5.
천주교수원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맑 은 누 리(2015, 5월 제178호) 에서
해 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