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걸작<돌아온 탕자>를 그린 17세기 빛의 화가 렘브란트(Remrandt Van Rujn, 1606-1669)는 자신을 모델로 80여점의 자화상(自畵像)과 작품을 남겼다. 그의 자화상에는 야망과 패기로 충만했던 24살의 청년 렘브란트부터 화가로서의 영예와 부귀영화를 누렸던 시절, 그리고 방탕한 생활과 사치, 소송으로 파산하고 가족을 전부 잃어 외로움과 가난에 찌든 64살의 노인 렘브란트까지 파란만장했던 40년간 인생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처진다.
예술로 승화한 자화상을 통해 시나브로 변화해 가는 그의 얼굴에 드러나는 희로애락의 인생사와 회한, 연민, 슬픔을 초월한 내면의 진솔한 감정 표현은 우리의 삶을 겸허하게 되돌아 보게한다.
마지막 순간 모든 것이 허무하게 사라진 그 자리에 유일하게 남은 이는 그의 친구이자 모델이었던 렘브란트 그 자신뿐이었다.렘브란트는 현재의 모습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끊임없는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자화상을 그렸다. 그의 고통과 번민, 내적 욕망을 성찰하고, 참회하며,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고자 갈망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의 자화상은 '자비로우신 아버지의 비유'에서 작은 아들처럼 하느님의 자비에도 모든 것을 맡기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처절한 몸부림이지 않았을까.
가끔 거울 앞에 서 보자. 거울에 비추인 자신과 솔직하게 마주하고, 진정한 내면의 모습을 바라보자. 그것은 인생의 아름답고 멋진 모습을 남겨 추억하는 사진속의 '나'와는 다르다. 두렵지만 부족하고 나약한 모습, 숨겨진 치부까지 그대로 드러내야 하는 참된 용기가 필요하다. 먼저 현재의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추억이 아닌 현재의 삶, 나아가 미래의 삶을 변화시킬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 이처럼 끊임없는 자아 성찰과 용기있는 고백, 그리고 진실한 기도는 하느님의 본성을 닮은 우리의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을 수 있는 겨자씨가 될 것이다.
너새니얼 호손(Nathaniel Hawthorne, 1804-1864)의 단편소설 <큰 바위 얼굴>에서 주인공 어니스트는 한평생 큰 바위 얼굴을 닮은 누군가를 기다린다. 그는 언잰가 장엄하지만 부드러운 표정의 따뜻하고 관대한 성품을 지닌 위대한 인물이 나타나 지혜를 선포하고, 선을 행하여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 믿고 희망한다.
그러나 군중이 환호했던 부자 상인, 용맹한 노장, 유명한 정치가나 시인보다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은 바로 어니스트 '자신'이었다.충실한 내면의 성찰, 소박한 일상 속에서 언행일치의 삶, 이웃에게 선행과 축복을 배풀며 사랑과 겸손의 삶을 살았던 그는 오랜 세월을 통해 어느새 천상의 지혜와 진리를 깨우치고 잇었고, 마침내 '거대한 자애의 얼굴'을 닮아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의 간절한 염원은 스스로를 변화시켰고, 동경하던 이의 모습을 닮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보다 더 현명하고 선한 다른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희망하며, 새로운 기다림의 여정을 시작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신앙의 모범이며 스승, 인생의 맨토는 누구일까.
먼 훗날 백발이 영광이 되고 이마에 깊이 패어진 주름이 지혜를 표상하게 될 때에 우리의 얼굴은 과연 누구의 얼굴과 삶을 그대로 닮아 있을까.
하느님을 신뢰하고 성실하게 바른 인생길을 걸어 주님의 자비로운 마음과 선함이 온전히 드러나는 지혜로운 얼굴, 찬란하게 빛나는 모습으로 변화했으면 좋겠다.
"오소서, 자비의 예수님 , 온정과 사랑으로 창조하신 본연의 아름다움을 되찾게 하소서. 아멘"
서전복 안나(동양화가, 미술교육가)
2015, 7, 5.
천주교수원교구 위로의 샘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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