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샘

매미, 뜨거운 여름날의 기록

승범(承汎) 2014. 8. 3. 22:15

                                                        매미, 뜨거운 여름날의 기록

 

      오늘도 이른 아침부터 요란하게 울어대는 매미 소리가 바쁜 마음을 더욱 재촉한다. 새삼 매미의 일생을 떠올린다. 태어나 보름정도 밖에 살지 못하는 메미의 심정은 어떨까? 얼마나 애가 닳을까, 천년도 지나간 하루같이 보시는 하느님의 눈으로 보시기엔 우리들 생 또한 그렇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늘 조급하고 애 닳아 하는 걸까? 여름의 매미는 새삼 우리의 삶을 성찰케 한다.

      대체 어디서 이렇게 지칠 줄 모르고 울어대는 걸까? 오전 일과를 마치고 점심식사를 하러 나오는 길, 사방을 둘러봐도 울창한 가로수 무성한 잎 사이에서 매미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다만 요란한 울음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뿐, 단골 백반집으로 향하는 건널목에 멈춰서니, 건너편 건물에 걸린 현판이 눈에 들어온다. 매달 바뀌는 현판의 글귀는 늘 마음에 새겨 둘만 하다. 혼자보기 아깝다 싶어 동행하는 후배에게도 읽어보라고 일러준다. 그런데 후배는, 뭘 보라는 거냐며 엉뚱한 곳만 보고있다. 안되겠다 싶어 이번엔 검지 손가락을 세워 그 현판을 가르킨다. 그러자 그 후배는 깜짝 놀라며 호들갑을 떤다. "어마나! 손가락, 어쩌다 다치신 거요?" 이런..! 그녀가 본 건 나의 검지 끝마디에 감긴 일회용 밴드. 그 너머 현판에 적힌 명문장 따윈 안중에도 없다. 달을 보기 위해서는 가르키는 손까락 끝을 보지말고 손가락 끝이 가르키는 달을 보아야 하거늘, 그 녀는 그저 가르키는 손끝만 보고 있는 것이다.

 

      견월이망지(見月而忘指) 달을 보려면 손가락을 잊어야 한다.

      견월이망지(見月而望指) 달을 본다고 가르키는 손가락만 바라본다.

      계절은 절정으로 치닫고 매미 소리 또한 절정이다. 이재 몇일 후면 제266대 교황이신 푸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한국에 오신다. 그러면 우리는 한낱 매미 소리에 비할 수 없는 엄청난 환호로 그분을 맞이할 것이다.그리고 8월의 태양보다도 뜨거운 환영 속에 제6회 아시아 청소년 대회와 그토록 오랜 세월 염원하며 준비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식을 거행할 것이다. 그런데 교황님께서는 왜 한극을 찾아오시는 건지?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시는 것인지?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교황님이 오신다"는 그 자체에만 중점을 두고, 본뜻은 간과한 채 요란하게 울어대는 매미들처럼 떠들석하기만 한 것은 아닌지? 우리는 결코 그분의 손끝만 봐선 안 될 것이다. 그분께서 궁극적으로 가르키시는 것이 무었인지, 무슨 이유로 먼 아시아의 한 나라에까지 직접 찾아오셨는지? 그 깊은 속뜻을 제대로 헤아려야 할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다녀가시고 나면, 그 어느 해보다도 뜨거웠던 우리들의 여름날도 저물어 가고 요란했던 매미 소리도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 계절이 지나간 자리, 과연 우린 어떤 열매를 맺게될까? 과연 어떤 수확을 얼마나 거두게 될까? 들을 귀 있는 우리는 그분께서 전하시는 그리스도의 메시지를 분명히 새겨들어야 한다. 허망한 매미소리 물러간 후, 우리의 참된 외침은 비로소 시작되어야 히기 때문이다. 그때로부터 당당히 일어나 비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2014,  8,  3.

 

                                                                                    방은영 마리안나(방송작가)

                                 

                                                                                     수원주보 "위로의 샘"에서

                                                                                                                 해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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