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노트
요즘, 아내 요안나가 달라진 것 같습니다.
아니, 요안나는 평소와 다름 없는데
지켜보는 바오로의 시선이 이전 같지 않다는게
더 맞는 말이었지요.
바오로가 괜히 그러는 건 아니었습니다.
어느 저녁, 아내가 작은 노트 한 권을
감추는 걸 본 다음부터였지요.
아내의 비밀노트라니!
참을 수 없는 궁금증은 갈수록 무게를 더해
못난 의심으로 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찾아도 보이지 않던 노트가
아내가 벗어놓은 앞치마 주머니 밖으로
삐죽이 고갤 내밀고 있는 겁니다.
대체 무슨 내용이 적혀있는 걸까?
떨리는 손으로 열어본 바오로는
생각지 못했던 내용들에 가슴이 미어지는 듯 했습니다.
출근길, 바오로의 쳐진 어깨를 보며 드리는 화살기도,
또 어느날은 모처럼 밝은 얼굴로 퇴근하니 감사드린다는......
그건, 바오로를 위한 아내의 '기도노트'였거든요,
또박또박 적어놓은 아내의 글씨위로
행여나 떨어져번질까.....
바오로는 얼른 뜨거운 눈가를 훔쳤습니다.
- <월간 가톨릭 비타꼰>에서
2014, 1, 5.
천주교수원교구 '위로의 샘'에서
해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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