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범(承汎)마당

산행에서 배운다 2

승범(承汎) 2012. 2. 21. 16:44

 

                             산행에서 배운다 2

 

     오늘도 산행은 계속되었다.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에서 출발 원터골로 올라가서 옥녀봉을 거쳐 과천 대공원쪽으로 하산했다. 겨울산행이라 눈도 약간 있고 해서 비교적 짧은 코스를 택했다. 하산 해서는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 4번 출구에서, 오늘도 역시 할메집에서 막걸리 한잔에 국수 한 그릇으로 한끼를 때우고 지하철을 이용 집으로 돌아왔다.

     이와 같이 산행이란 항상 가장 낮은 바닥에서부터 출발해서 목적지인 정상으로 올라 간다. 물론 올라가는 길도 산에 따라서는 능선길를 택할 때도 있고 계곡길을 택할 때도 있다. 그 길 또한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같은 길 일지라도 완전히 그 맛이 다르게 느껴진다. 물론 내 마음 가짐에 따라서 그 느낌 또한 달라질 수도 있다. 설악산 대청봉이나 지리산 천왕봉 같은 큰 산을 등산할 때는 올라가는 길에 따라, 계절에 따라 달라질 뿐 아니라 같은 길, 같은 계절이라 할지라도 갈 때마다 그 느낌이 달라진다. 뿐만 아니라 내 마음 상태에 따라 또 다른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러니 같은 산을 여러 번 다니는 이유가 이런데 있는게 아닌가 싶다. 즉 갈 때 마다 새로운 느낌 새로운 맛을 볼 수 있으니까 갔던 산을 가고 또 가게 된다. 그렇게 자주 가도 어떤 때는 구름이 끼어 제대로 못 볼 때도 있고 어떤 때는 눈이 덮혀 제대로 못 볼 때도 있고 또 어떤 때는 정상을 가서도 안개 때문에 아름다운 풍광을 제대로 보지 못할 때도 참 많다. 뿐만 아니라 이유없이 안 보일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분명 내 마음 자세가 올바르지 못했을 때일 것이다.

 

      어느 핸가 도봉산을 올라 가면서 길 바로 옆에 있는 소나무가 너무 예쁘게 보여서 그 자리에서 한참 동안 쉬면서 그 소나무에 올라 가 보기도하고 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그 길은 그 동안 수십 번을 오르내리던 길이었는데 왜 그날 따라 그렇게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게 보였을까? 아마도 그 동안 예사로 지나쳤던 것도 있었겠지만 그것보다는 내 마음의 변화가 더 컸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 얼마전 나는 분제를 하는 친구의 초청으로 분제전시회를 다녀 온 적이 있는데 거기서 너무나 아름답게 키워진 소나무 분제를 본적도 있고, 서예를 하면서 문인화도 같이 좀 배우면서 소나무 그림을 보면서 참 아름다운 그림이다고 느낀적이 있었다. 그런 것이 내 머리 속 깊숙히 그 잔상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와 같이 하나의 산을 오르면서도 그 산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알고 느낌을 간직하고 내 머리 속에 보관이 될 때 까지는 여러 차례의 산행이 필요한 것이다.

즉 계절따라, 비가 올 때도, 눈이 올 때도, 안개 낄 때도, 바람 불 때도, 추울 때도, 더울 때도, 계곡 따라 능선 따라 올라 가 봐야 그 산에 대한 모든 것을 파악할 수가 있을 것이다. 올라가면서, 내려가면서 바위도 보고, 나무도 보고, 계곡 따라 흐르는 맑은 물소리는 물론이고, 새 소리 바람소리 들으면서 걸어 봐야 그 산을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즉 산과 함께 즐거움도 맛 보고 산과 함께 땀 흘리면서 고통도 함께 해 본 사람만이 그 산의 맛을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에 이런 아름다운 산에 케이블카를 설치, 그것을 타고 정상에 갔다면 수십번을 간들 그가 과연 이 산에 대해서 얼마나 알 수 있을까. 아마도 수박 겉 핥기식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산에 대해서 다 아는 것처럼 허풍을 떠는 사람도 많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것은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흔히 정권이 바뀌면 국영 기업체장과 같은 많은 고위급 자리가 소위 낙하산 인사를 한다. 뿐만 아니라 고위 공직에서 퇴직하면 으례히 낙하산을 타고 국영기업체 같은 고위직에 내려 앉는다. 그런데 과연 이런 사람들이 업무처리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이 사람들이 바로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 올라 온 사람처럼 그 산에 어떤 동물이 살고 있는지, 어떤 나무가 자라고 있는지,재목감으로 자란 나무가 얼마나 되는지, 계절 따라 어떤 꽃이 피는지, 장마지면 산사태가 날 위험은 없는지 전혀 모를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관리처방도 내리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현명한 사람일지라도 시간낭비는 엄청날 것이며 결과적으로는 그들이 산을 헐벗게 만들고 말 것이다. 즉 낙하산 타고 내려 앉은 사람이 이 조직을, 나아가서는 이 사회를 헐벗게 만들 것이다. 이재 우리도 이런 위험한 낙하산 인사는 버릴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인사권 가진 높으신 분들께, 제발 이재는 낮은 바닥에서부터 시작해서 그 조직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승진도 시키고 지휘관으로 발탁 낭비없는 효율적인 경영으로 승승 장구할 수 있도록 낙하산 인사 없애 주시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래야 이 사회가 분쟁 없이 서로 소통하며 원활한 발전을 거듭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산행을  통해서, 함께 고통을 격으면서, 현장에서 배우고 익혀가는 것이 산 지식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산으로 간다.   ~

 

                       2012,  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