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에 대하여
사람의 마음 안에는 분노라는 감정이 있습니다. 분노는 없애야 한다고 하지만, 다 없애서는 안 되는, 적정량은 있어야하는 필요 감정입니다.
마치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 불이 필요하듯이 분노도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분노는 불과 같아서 조심하지 않으면 큰 불로 이어집니다. 또한 화를 내다보면 분노의 일란성 쌍둥이인 불안, 우울이 동시에 마음의 방안에서 기생하게 됩니다. 분노, 우울, 불안 이 세놈은 참 고약한 놈들입니다. 아예 없앨 수도 없고, 다 없애서도 안 되는 마치 감기를 잡기위한 감기 바이러스 같은 놈들.
이러한 마음안의 분노와 불안감은 그것이 커졌을 때 자아를 잡아먹을 듯이 덤벼듭니다. 분노와 불안감의 크기가 그리 크지 않을 때는 논리적으로 생각해서 어느 정도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지적인 방법으로 감당이 안 될 때에는 분노와 불안이라는 파도를 보지 말고, 하늘의 별을 보아야 합니다.우리의 별인 주님이나 성모님을 바라보면서 마음 안의 격랑이 가라앉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풍랑을 만나 두려움에 떨었던 제자들처럼 나의 약함을 고백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나의 의지로 극복하려고 할 때보다 좀 더 빨리 마음안에 평안함이 올 것입니다.
분노나 불안을 아예 없애는 방법은 없느냐고요? 불행하게도 그런 것은 없습니다. 우리 마음이 성장해 오면서 수많은 상처와 콤플렉스를 가졌기에 분노와 불안은 어쩔 수 없이 가지고 가야하는 마음의 짐입니다. 그러니 없애려 말고, 작게 줄이려고 노력함이 좋을 것입니다. 그런데 요 놈을 내 마음 안에서 주인 행세를 못하게 하기 위한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웃을 일을 만들고, 실컷 웃고, 그래도 안 되면 억지웃음이라도 웃는 것. 그리고 기도할 때 주님께 감사하고픈 생각들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니다.
홍성남 신부(서울 대교구 가톨릭영성심리상담 소장)
2016, 9, 4.
천주교수원교구 "위로의 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