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

나를 사랑하리

승범(承汎) 2015. 11. 14. 23:22

나를 사랑 하리




나를 사랑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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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 관리를 위하여 끈임 없이 걸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생 발목이 아프니
걷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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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되어 있는 아픔은 자주 짜증을 내는 원인이 되고
집 사람과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다.
매일 파스를 붙이고 뜨거운 물로 찜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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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의 서너 번 4Km를 일부러 아주 천천히 걷는다.
오늘도 아픈 다리를 이끌며 걸어간다.
걷는 것이 나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며
희망을 안고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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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는 날
5월에나 피는 넝쿨 장미 한 송이가 피웠다.
처음에는 집 사람이
넝쿨장미 나무에 꺽 꽃 이를 해 놓은 줄 알았다.
이런 희 안한 일이 의외로 생길 수 있구나
노력하면 나에게도 이런 예외의 일이 생길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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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면 아픈 발목이 더 좋아 질 일은 없겠지만
나빠지지는 않겠지 하는 희망을
하찮은 넝쿨 장미 꽃 한 송이로부터 배웠습니다.
그리고 꾸준히 걸으리라 다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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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마음먹고 힘겹게 걷던 어느 날
발목이 조금 나아진 느낌이 든다.
그것이 느낌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기분은 날아 갈 정도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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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사람은 남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한다.
가장 가까운 집사람도 그렇다.
어떤 때는 아픔이 걷는 발이 아니라
손이었으면 하는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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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사람이 건강함을 감사하며 사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단 일 분 만이라도 숨을 쉬지 않으면 살 수 없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기의 고마움을,
가뭄에 시달리며 수 십 Km를 걸어서 흙탕물을 마시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우리는 깨끗한 물을 매일 마시면서도
물의 고마움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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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런 험악한 일을 당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며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물며 남의 사소한 아픔을 이해 해 달라는 것은
과한 욕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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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는 꽃이 피어 있다.
가을은 꽃의 계절이다.
코스모스는 코스모스대로 좋고, 국화는 국화대로 좋다.
이들은 다 가을을 대변하고 가을을 찬양한다.
그런가 하면 꽃보다 아름다운 은행잎이,
꽃보다 아름다운 단풍잎이 있는가 하면
꽃보다 아름다운 빨간 열매가 영글어 가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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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좋기는 하지만 그 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병마와 싸우는 우리의 건전한 이웃의 모습을 대하노라면
대견스럽고 숭고하고 아름답다.
어찌 이들을 꽃에 비하리요.
그렇다 한들 이 호 시절
오늘도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하루하루를 병마와 싸우는 말기 환자들
이들은 이 가을이 얼마나 괴로우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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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록 들어 내놓고 그들의 아픔에 동참은 못 했더라도
여태까지 단풍의 아름다움만 생각 했지
이웃의 아픔을 잊고 지냈던 일들이 마음 쓰이며 미안 해 진다.
그리고 보니 내 생각만 하고 발목이 아프다느니 투정을 하는 것은
한낮 말도 안 되는 소리며
얼마나 사치한 생각을 했나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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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인생의 모든 것 주어 진 대로, 있는 대로
사랑하면 되는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