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

라이트 형제의 성공사례

승범(承汎) 2014. 12. 3. 20:19

2014. 12. 1

 

<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다면 >

= 라이트 형제의 성공 사례 =

 

<과학자를 꺾고 자전거포 주인이 승리하다>

1903 10 7 워싱턴DC를 가로지르는 포토맥 강가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사람을 태운 비행 실험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도 그럴 것이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이자 비행가인 랭글리 박사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개발한 비행기를 처음 선보이는 것이었다. 허나 안타깝게도 그만 비행체는 강물 속으로 그대로 추락했다. 12 8일 발사장치를 개선해서 같은 장소에서 재실험을 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그로부터 9일 후, 12 17일 노스캐롤라이나 주 키티호크 해변에서 동네 사람 다섯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라이트(Wright) 형제가 유인 동력비행에 성공했다. 라이트 형제는 오하이오 주 데이턴에서 자전거포를 운영하던 사람들이었는데, 어떻게 당대 최고의 과학자가 실패하고 자전거포 주인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 최고의 학식과 정부의 풍부한 지원 하에 17년간 노력을 기울인 랭글리 박사가 실패하고, 4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홀로 비행기를 개발한 라이트 형제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비행기 개발 방법의 차이>

먼저 비행기를 개발한 방법론이 완전히 달랐다. 랭글리 박사는 이론과 계획에 따라 실행하는 방식을 택했지만, 라이트 형제는 실행하면서 이론을 수정하고 구체화해 나갔다. 사람들은 생각한 후에 행동하기도 하고 행동하면서 생각을 명확하게 정리하기도 한다. 랭글리 박사는 전자의 방법을, 라이트 형제는 후자의 방법을 쓴 것이다. 수영을 어떻게 하십니까? 자전거는 어떻게 타시나요? 수영은 물에 떠서 헤엄쳐 나가는 것이고, 자전거는 균형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헤엄을 치다 보면 물에 뜨고, 페달을 밟아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균형이 잡힌다. 물에 뜨는 것과 나아가는 것, 자전거의 균형잡기와 전진하기는 현실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다.

 

랭글리 박사는 비행을 이론적으로 이해하려고 했지만, 라이트 형제는 비행을 먼저 실천해보았다. 그래서 랭글리 박사는 비행을 땅에서 떠서 하늘을 나는 것으로 분석했고, 라이트 형제는 하늘을 날다 보면 뜨는 것은 자동적으로 해결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랭글리 박사가 이륙에 집중해서 개발 기간의 대부분을 비행기를 하늘로 띄워 올릴 수 있는 강한 엔진을 개발하는 데 몰두한 반면, 라이트 형제는 하늘을 나는 데 집중해서 수많은 글라이딩 실험을 통해 공중에서 조종하기 쉬운 기체의 설계에 매달렸다.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방법>

세상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은 대부분 라이트 형제처럼 아이디어를 즉시 실행한 후 곧바로 계획을 수정해가는 방식을 따른다.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IDEO의 디자인 프로세스는 [이해하기], [관찰하기], [아이디어 도출하기], [시제품 개발하기], [테스트하기]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핵심은 단번에 완벽한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신속하게 시제품을 만들어 테스트하고 다시 아이디어를 수정하는 절차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이다. 새로운 제품은 머릿속으로 생각했을 때와 막상 사용해보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구글 글래스를 개발한 엔지니어는 구글 글래스의 아이디어가 나온 후, 첫 시제품을 하루 만에 개발했다고 한다. 철사 옷걸이를 구부려서 소형 프로젝터를 가슴에 건 후, 눈 앞의 플렉시글라스에 영상을 쏘아서 만들었는데, 물리적 세상과 디지털 이미지가 겹쳐지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생각할 때와 달리 직접 경험해보니, 조잡한 형태라도 글래스가 사용하기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곧바로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불확실한 환경에서 창조하는 법>

불확실한 환경이나, 남을 따라 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할 때는,

처음 발생하는 요소가 많기 때문에 행동하고 실행하면서 배울 필요가 있다.

랭글리 박사는 치밀하게 분석하고 준비해서 비행 실험을 딱 두 번 했다. 그러나 라이트 형제는 겨울철만 되면 해변으로 가서 밧줄에 비행기를 묶어 수백 번씩 날려보았다. 천 번이 넘는 글라이딩 실험 과정에서 꼬리 날개도 만들어보고 날개를 구부리는 기술을 고안하기도 했다. 애플이 스마트폰을 처음 개발할 때 3개월이 넘는 프로젝트가 없었다고 한다. 애플이 프로젝트를 이렇게 짧은 기간으로 설정한 것은 아이디어가 생기면 곧바로 만들어보고 거기서 계획을 바꾸는 것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뛰어난 성취를 이룬 사람이나 성공한 경영자들은 모두 '행동가'였다.

완벽한 계획이 섰을 때 행동하는 게 아니라, 실행에 의해 계획을 진화시켜 가며 성취를 이뤄내는 것이다. 미래를 완벽하게 계획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이런 때에는 일단 실행해 가면서 전략을 진화시켜 나가는 건 어떨까?

 

(SERICEO, 영미 차장이 주신 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