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조론(自助論)
“하늘은 스스로를 돕는 자를 돕는다.(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라는 서양의 속담이 있다. 고대 그리스 때부터 완전히 같은 말은 아니지만 비슷한 취지의 속담이 사용되어 왔다. 그리스 비극 중 소포클레스와 에우리피데스의 작품들 가운데도 각각 등장하고, 기원후 2세기경에 문자화된 『이솝우화』안에 두 군데에서도 이런 표현이 나온다.
이슬람권에도 쿨란에 “알라는 사람들이 자기가 처해 있는 상황을 스스로 바꾸려고 하지 않는 한 그것을 바꿔주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고대 중국에서도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다하고 나서 하늘의 처분을 기다린다(盡人事而待天命).”라는 비슷한 말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 성경 속에는 이와 비슷한 가르침이 발견되지 않는다. 학자들은 성경 속의 신이나 구세주는 어떤 사람도 구분하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은총을 베푸는 존재로 정의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17세기 프랑스의 시인이자 동화 작가인 라퐁텐의 『우화선집』속에는 “먼저 너 스스로를 도와라. 그래야 하늘도 역시 너를 돕는다.”라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속담과 거의 근접한 표현이 나온다. 지금과 똑같은 문장구조를 지닌 “하늘은 너 자신을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격언을 영어로 제일 먼저 사용한 사람은 라퐁텐과 같은 17세기 영국의 정치이론가인 시드니였다. 그리고 이 말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한 사람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칭송되는 18세기의 프랭클린이었다.
그는 ‘리처드’라는 익명으로 27년(1732 ~1758)에 걸쳐 해마다 이 속담을 전면에 내세운 실용적인 가정용 책력(冊曆)을 발간하여, 그때로서는 베스트셀러라고 해도 좋을 부수인 1만부씩을 판매했다. 그러나 이 속담을 가장 본격적으로 자기 책의 주제로 채택한 작가는 『자조론(self-help)』(1859)의 저자 영국의 새뮤얼 스마일스(Samuel Smiles,1812 ~1904)이다.
영국은 18세기에 세계에서 가장 먼저 산업혁명을 시작해서 19세기에는 경제 성장의 성숙기에 달해 있었다. 그는 24시간 해가 지지 않는다는 세계대제국으로 급성장한 빅토리아 시대(1873 ~1901)의 영국에 살면서 왕성한 저술활동을 통해 세계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스스로 높은 뜻을 지니고 떨쳐 일어나 이 세상을 위해 위대한 업적을 남기는 사람이 되라고 고무했다.
그의 『자조론』은 모두 13편 318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항목들에는 방적기의 아크라이트(Richard Arkwright), 증기기관의 와트(James Watt)와 같은 발명가들의 성공일화도 소개하고, 뛰어난 사상가와 예술가의 활약도 기술했다. 그는 이 세상에서 성공을 하는 데는 출신 성분의 귀천, 집안 형편의 빈부, 타고난 지능의 고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지 못한다고 선언하고, 국가나 세계인을 위해 좋은 일을 하겠다는 선의지를 품고 어떤 고통도 인내하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들만이 자기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세계관이다.
지금 우리는 21세기 정보산업시대를 살고 있다. 산업혁명 시대를 능가하는 커다란 변화가 몰아쳐오고 있다. 이 시대의 놀라운 새로운 위인들이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산업혁명기보다 더 큰 빈부의 격차가 진전되고 있다. 모든 사람이 고양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한 이 시점에서 미래의 우리 차세대들을 이끌고 격려해 줄 수 있는 또 한 사람의 새로운 새뮤얼 스마일스, 새로운 『자조론』의 등장이 고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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