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탄 할머니의 오천원권
지난3일 이호조 성동 구청장 취임식장에 참석 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선능역에서 분당행 전철을 탔다.
나는 출입구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그때 내 뒤에서 시끌 벅적한 소리와 함께 백발의 할머니가 내 바로 맞은편에 앉으면서
앞에선 두 젊은 여성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연거푸 내 뿜었다.
음성이 꾀 정정하고 걸죽한 목소리였다.머리칼은 백발에 건장해 보였다.
복장은 칠부 바지에 반팔 난방 차림으로 평범한 활동복 이었다.
그리고 할머니 앞에는 큼직한 보따리가 세개나 있었다.
보아하니 두 젊은 여성이 그 할머니의 짐을 지하철 계단에서부터 들어다 드린 것 같았다.
그레서 고맙다는 인사를 계속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는 바로 그때
할머니는 등산빽 같은 가방의 지퍼를 열고 또 그속에 끈으로 묶어저 있는 부분을 풀더니
그 속에 들어 있는 큼직한 지갑을 꺼내 들었다. 나는 마주 앉아서 유심히 처다 봤다.
할머니는 지갑의 지퍼를 열고 그속에 있는 작은 지퍼를 또 열더니
꼬게 꼬게 접어 넣어 두었던 오천원권 지패 두장을 꺼내 들더니 두 젊은 여자들에게
한장식 주면서
" 고맙네, 이거 몇푼 안되지만 책이라도 한권 사 봐요" 하면서 건내 주었다.
그러나 그 젊은 여인들은 한사코 받기를 거절 하였다.그러자 그 할머니는
"내 나이 팔십여섯(정확하게 안 들였음)인데 받아도 괜찮다."하면서
억지로 손에 쥐어 주었다.또 거절했다 그러기를 몇차래 했다.
이 광경을 보고있던 옆자리의 중년 신사가 "아가씨 받아도 괜찮을 것 같네요 받아요" 하고
받기를 권하기도 했다.그 신사의 말인즉 할먼니의 호의를 받아 들이는 것이
할머니의 마음을 편하게 해 드리는 것 같다는 뜻으로 들였다.
그만큼 할머니의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호의로 생각 햇었던 같았다.
그러자 그여인은 돈을 받아든체 아무 말없이 서 있었다.그러는 동안 전철은 몇개의 역을 지났다.
얼마후 전차는 어느 역에 섰다. 그러자 그 여인이 " 할머니 저 이거 도저히 못 가저 가겠어요"
그러면서 할머니 앞에 놓고는 얼른 내려 버렸다.그러자 그 할머니는 그 돈을 짚더니
"이거 가저가라 카이" 하면서 내리는 출입문 밖으로 집어 던젔다.
그러나 그 여인은 뒤도 돌아 보지않고 가 버렸다.
이때 사십대로 보이는 젊은이가 얼른 뛰어 내리더니 길 바닥에 떨어진 그 돈을 집고
재빠르게 차내로 올라 타더니 그돈을 할머니에게 드리면서"할머니 이거 도로 넣으세요"
하면서 드렸다.
그돈을 받아든 할머니 돈을 꼭 쥔채 멍하니 천정을 처다보며 뭐라고 중얼거렸다.
이때 나도 그 할머니를 처다 보면서 많은 생각에 잠겼다.
저 할머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저 돈은 어떻게 모은 돈일까?
그리고 그 여인네는 왜 한사코 받기를 거절했을까?
옆에서 받으라고 권한 사람은 어떤 마음에서 일까?
전차 문이 닫히기 직전 용감하게 뛰어내려 떨어진 돈을 집어와 할머니에게 돌려 드린
그사람의 마음은 어떤 마음에서 였을까?
이 모든분들의 마음은 말할것도 없이 착하고 아름다운 마음에서 비롯된 일일 겁니다.
우선 그 할머니의 돈은 아마 자식들이 준 용돈을 모아 둔것이 아닐까?
이니면 손자가 준 용돈이라서 그렇게 삼중 사중으로 지퍼로 체워진 지갑속
깊숙히 감춰 두었던 것이 아닐까?
그 귀중하고 귀중한 돈을 자기를 도와준 사람에게 아낌없이 건네 주려던
할머니의 아름다운 마음씨가 주위 모든 분들을 감동시켜
그 돈은 다시 그 할머니의 지갑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을까?
이 모든분들께 감사와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런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이 있는한
우리사회의 미래는 밝을거라고 확신 합니다.
어! 내가 내릴역이 두개나 지나 가 버렸네.....................
2006년 7월
해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