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다'와 '틀리다'는 다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싸움과 대결을 좋아하는 종족입니다. 모든 인간은 킬러의 본능을 갖고 있고 잠재적인 사이코패스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우리 안의 선한 천사'의 저자인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 스티븐 핑거는 인류는 원시 부족 사회에서 부터 서로를 죽이고 싸웠지만, 핵무기를 개발한 이후 가장 전쟁이 적은 시기를 살고 있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인간이 전쟁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상대는 물론 나도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입니다. 핵무기는 승리가 아닌 공멸을 가져올 것임을 누구나 잘 알기에 역설적으로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하지요.
인간은 무인도에서 로빈슨 크루소처럼 살지 않는 한 타인과의 갈등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갈등은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지만 궁극적으로 이유는 같습니다. 바로 너와 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르다'라는 말을 '틀리다'로 해석하면 어떻게 될까요?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며 상대를 공격합니다. 즉 아시타비(아시타비)가 되는 것입니다.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나는 곳이 정치판이지요. 정치는 사람들간의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대화하고 타협하는 행위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아름답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정치인이 나는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는 자세로 상대를 공격하기 때문이죠.
17세기 영국의 철학자 토마스 홈스는 인간이 다른 인간과 갈등을 빚는 이유는 바로 인간의 '자기 보존에 대한 욕구' 때문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는 저서 <리바이어던(Leviathan)>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중략
홈스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생존을 위한 기계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사람에게 있어서 늑대' 라고 그는 말합니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자신이 살기위해 서는 타인을 죽이는 일도 서슴치 않는 존재가 인간입니다. 그래서 인간들이 모여사는 사회는 정글의 법칙이 적용됩니다. 오직 강한자만이 살아남는 오징어 게임과 같은 세상이 바로 사회인 것이죠.
인간은 그래서 갈등 조절 기구로 국가라는 '리바이어던'을 만들었습니다. 성서에서 등장하는 괴물인 리바이어던은 바로 '국가'를 뜻합니다. 국가는 물리력을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습니다.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경찰과 군대라는 폭력 수단을 사용하는 조직이 국가입니다. 사람들은 국가가 어느정도 자신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알면서도 더 큰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국가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이죠. 즉 최악을 피하기 위한 차선책입니다. 국가라는 사회계약은 이렇게 이루어진 셈입니다.
홈스는 국가를 거대한 유기체로 상상했습니다. 국가의 가장 높은 꼭대기에 왕이 있다고 생각한 홈스는 절대 왕정을 옹호 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모든 신하는 왕에게 충성을 바칠 의무가 있지만 그렇다고 왕은 모든 신하를 보살필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홈스가 활동하던 당시 영국은 왕과 시민간의 치열한 갈등이 벌어져 결국 시민이 왕인 찰스1세를 단두대에 세워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왕을 처형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우려하면서 쓴 책이 <리바이어던>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관점에서 홈스의 견해는 분명히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대 인간의 갈등이 사회를 움직이는 축이고, 이를 막기위해 자신의 권력을 조금씩 특정인에게 위임해 질서를 유지한다는 원칙은 지금의 민주주의나 당시와 같은 권위주의 사회나 같습니다.
인간이 홀로 살지 않는 한 다른 누구와의 갈등은 필연적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가 필요하다는 홈스의 전제만큼은 시대를 초월한 진리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2023, 5, 25.
신진상의 '내일을 바꾸는 인생 공부' 에서
승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