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유서의 현대적 의미
요즈음 한일관계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일본이 한국 반도체 산업에 필수적인 물품인 불화수소를 우리나라에 판매하지 않겠다고 하여 생긴 일이다. 그것은 일본만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어서 우리가 다른 데서 사 올 수도 없는 제품이라고 한다. 정부에서는 일조 원을 들여 기술개발을 하겠다고 하지만 그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발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비하여 우리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한다. 이 뛰어난 면을 한자로는 장(長)이라고 하며 걸음마 하는 아이를 유(幼)라고 부른다. 장유유서는 이러한 것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서(序)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아도 맞는 말이다. 서는 첫째로 담장, 둘째로 학교, 셋째로 차례나 순서 등을 뜻한다. 장(長)이란 말은 길다, 뛰어나다, 우두머리, 어른, 나이 먹다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유가는 이것을 요약하여 첫째 덕성[德], 둘째 지위[位], 셋째 나이[齒]로 설명하였다. 유(幼)는 어리다, 아이 등을 말하는데, 깨우쳐 주어야 할 대상이라는 의미에서 어리석다는 함의를 가지고 있다. 훈민정음의 어린 백성은 사실 글을 깨우치지 못한 어리석은 백성을 가리킨다는 것을 보아도 이를 알 수 있다. 어른과 아이 사이에는 담장이 가로막고 있다. 이것이 바로 장유유서의 첫 번째 의미이다. 그 담장을 넘어서야 어른, 즉 장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의 단계에 머물러 있게 된다. 부단히 장벽을 넘어서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은 오랜 공부를 통하여 성취되는 것이다. 이 장벽을 넘은 훌륭한 사람을 유가는 덕(德) 있는 군자 혹은 대인이라고 불렀다. 德이란 글자를 파자해보면, 조금씩 걷는다는 척(彳)자와 곧은[直] 마음[心]으로 구성되어 있다. 곧은 마음이란 정직한 마음 거짓이 없는 마음 자기를 속이지 않는 마음을 매일 조금씩 실천한다[걷는다]는 말이다. 그것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양지를 매일 현실에 실천하여야 비로소 성숙한 인격을 가진 어른[군자]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한 소인(小人)과는 차별이 생기는데, 이것이 바로 장유유서이다. 서(序)는 고대(古代)의 학교를 가리키는 말이다. 어린이는 학교에 들어가 일정한 교육을 받아야 그것에 힘입어 뛰어난 사람 한 분야의 장(長)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운동선수가 학교, 즉 기숙사에 들어가 매일 반복되는 고된 훈련과 연습을 통하여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독일에는 마이스터(Meister)가 있다고 하는데, 자기가 일하는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그것은 학교에서의 반복적인 훈련을 통하여 얻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것을 모델로 하여 학생들을 훈련한 결과, 국제 장인(匠人) 올림픽에서 우승한 것도 바로 기술학교를 거쳤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학교가 바로 장벽을 넘어서게 만든 것이다. 이것이 또한 장유유서의 다른 의미이기도 하다. 정부 부처나 기업, 학교에는 장관, 총장, 학장, 과장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어려운 장벽을 넘어서서 자기 분야의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것은 지위로서의 장이다. 자리가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모두 자기의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그는 리더로서 나머지 사람을 이끌고 가야 하는데, 아랫사람들이 정말로 감복해서 따라가도록 하는 지도자가 참된 장이다. 장수 중에도 지장(智將)이 있고 덕장(德長)이 있는데, 후자가 더 호응을 받는다고 한다. 이렇게 관공서에서나 회사에서는 서열이 있다. 이것 또한 장유유서이다. 우리는 흔히 나이를 가지고 장유유서를 이해하고 있는데, 이것은 노소유서(老少有序)가 아니다. 나이가 많다고 하여 반드시 어른이라고 칭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노인이 되지만, 어른은 끊임없는 인격적 도야와 수련을 통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회는 선배와 후배의 서열이 존재한다. 그런데 나이가 일 년 차이가 나도 선배 노릇을 하려고 덤빈다. 그것은 일제시대 근대적 교육을 하면서 생긴 학년제의 산물이지, 결코 장유유서의 탓이 아니다. 옛날 선비는 나이 많은 사람이 아래 사람에게 허교(許交)를 하자고 청했는데, 대개 6~8년 정도의 나이 차이가 있었다고 한다. 우리의 교육제도는 교과목이 획일화된 학년제로 되어 있어서 우수한 학생이나 그렇지 못한 학생이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때문에 공부 시간에 두 종류의 학생들이 다 잠을 잔다고 한다. 한 학생은 너무 쉬워서 재미를 잃고, 다른 학생은 너무 어려워 따라갈 엄두를 못 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획일성을 벗어나기 위하여 과목별 학년제를 도입하는 것이 어떨지 생각해 보았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은 수학이나 과학 방면에 뛰어난 방면, 다른 학생은 국어나 외국어, 역사, 사회 등에서 우수하다면 이들을 지도하기위한 반을 따로 만들어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장래에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새싹을 키울 수 있을 것이고,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장유유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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