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뿔났다.
딸이 뿔났다!
# 나
최근 두 딸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다. 딸이 뿔났다!
예쁘고 앙증맞게 솟아난 귀여운 뿔이 아니라 무시무시한 무소의 뿔이다. 고등학교 3학년, 대학교 1학년 두 딸은 더 이상 폴짝폴짝 뛰어와 품에 안기던 그런 딸이 아니다.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하던 딸이 이젠 "이것을 해라"고 하면 "나 지금 바빠요" 한다. 어쩌다 포옹 한번 하려고 하면 엉덩이를 쑤욱 뺀다. 말을 해도 반응이 오지 않고, 퉁퉁거리며 짜증내는 일이 잦아졌다. 그 퉁퉁거림이 보기싫어 조금만 야단을 쳐도 입이 툭 튀어나온다.부글부글.......
딸을 내 맘대로 하고싶다. 강요하고 싶다. 왜냐고? 사랑하기 때문이다.
# 하느님
최근 자녀들 때문에 마음이 편치않다. 자녀들이 뿔났다.
더 이상 폴짝폴짝 뛰어와 품에 안기던 그런 자녀들이 아니다.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할 것 같이 굴던 자녀들이 "이것을 해라"고 하면 "나 지금 바빠요"한다. 어쩌다 포옹 한번 하려고 하면 엉덩이를 쑤욱 뺀다. 말을 해도 반응이 오지 않고, 퉁퉁 거리며 짜증내는 일도 잦아졌다.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말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하지 않는다. 조금만 야단쳐도 입이 툭 튀어 나온다. 부글부글.....
하지만 나는 자녀들을 내 맘대로 하지 않는다. 강요하지 않는다. 왜냐고? 사랑하기 때문이다.
"나는 안다"고 말한다. 그래서 딸에게 이래라 저래라 많은 말을 한다. 내 말만 잘 들으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한다. 강요하려고만 하고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니....., 자비로운 하느님은 딸의 뿔이 아닌 내 뿔로 인해 아파하고 계셨다. 정작 무서운 뿔은 딸이 아니라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 정작 이야기를 듣지 않고 툴툴 거리는 것은 내가 아닐까.
나는 딸에게 강요하는데, 하느님은 나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앞으로는 딸에게 강요하지 않고 소망의 기도를 담아 멀리서 바라볼 생각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 뿔을 깎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딸의 작은 뿔도 걱정스럽게 볼 일만은 아닌듯하다. "딸이 뿔났다"는 말은 '딸이 나빠졌다'는 말이 아닐 것이다. 이왕 난 뿔이라면 혼자서 가겠다는 아집으로 가득한 그런 뿔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저마다의 뿔 가진 이들과 함께 신앙 공동체 안에서 겸손히 성장하며 하느님 나라를 준비하는 지혜의 뿔이었으면 좋겠다.
우광호(라파엘, 월간 가토릭 비타꼰 편집장)
2016, 9, 4.
천주교 수원교구"위로의 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