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샘

"우리는 모두 빚을 지고 산다"

승범(承汎) 2016. 8. 8. 14:17

 

 "우리는 모두 빚을 지고 산다"

 

      "행복하십니까?" 이 질문에 주저없이 "네!"라고 대답할 사람은 얼마나 될까?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7월의 아침, 인터뷰를 하러 가기 위해 탄 지하철 안, 승객들은 하나같이 고단해 보였다.

 

      tbs FM [가슴에 담아온 작은 목소리],세월호 유가족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진행을 맡아 주1회 방송되는 십여분 길이의 작은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매회 소외된 이웃, 사회적 약자, 아프고 힘든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 보니 늘 마음이 무겁고 편치 않다. 지난 봄,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어렵게 얻은 첫아들을 잃은 어머니를 만났을 때도 그랬다. 감기에 걸렸을 뿐 , 너무도 건강했던 어린 아들을 황망히 떠나 보내야 했던 그녀, 다른 이들이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는 일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서 인터뷰에 응했다고 했다. 자신의 남은 인생, 세상을 떠난 아들에게 '빚을 지고 살아가는 것'이니 이렇게 라도 '마음의 빚'을 갚는 것이 살아있는 자신의 도리인 것 같다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빚을 지고 산다. 한 나라의 지도자는 자신을 믿고 뽑아 준 국민들에게 빚이 있다. 뿐만 아니라 고용주와 고용인, 부모와 자식, 선생과 제자, 나와 이웃, 인간과 자연환경...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빚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빚은  아마도 우리가 하느님께 진 빚일 것이다. 한 처음 숨을 불어 넣어 주시며 행복하게 잘 살라고 했건만, 어째 세상 돌아가는 건 갈수록 통탄할 노릇인지, 보시기에 영 마뜩잖으실 텐데도 또하루 이렇게 우리를 살게 해 주시는 분, 그 빚은 평생 갚아도 모자랄 판에 죄송하기는 커녕 늘 기도를 빙자한 볼맨 소리만 해댄다.

 

      인구 560만 명, 한반도의 5분의1 크기의 작은 나라, 겨울에는 오후 3시에 해가 지는 추운 나라, 덴마크는  지난 40년 이상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그 '행복의 비법'이 뭘까? 데마크의 부자들은 월급의 50퍼센트 이상을 세금으로 낸다. 그런데도 덴마크의 고소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세금이 아깝지 않다고 한다. 자신도 대학 다닐 때 누군가의 세금으로 혜택을 받아 공부 했으니 그만큼 빚을 진 셈이고, 후배들을 위해 내는 세금은 그 빚을 갚은 것이니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세 가지 질문"에 나오는, 임금은 나라를 다스리다가 세 가지 의문이 생겨 현자에게 물어본다. 첫째,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언재인가? 둘째,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셋째,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현자의 답은 이랬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현재'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내가 대하고 있는 사람이고,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그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겁니다. 인간은 이것을 위해 세상에 온 것입니다. 그러니, 날마다 그때그때 만나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지하철을 내려 인터뷰 장소로 향하는 길, 뜨거운 볕을 피해 가로수 그늘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데, 나무 밑에 적힌 글이 보인다. "오늘 누군가 그늘에서 앉아서 쉴 수 있는 이유는 오래전에 누군가가 이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워렌 버핏". 잠시후 인터뷰를 바탕으로 쓰게 될 나의 글은 어떨까. 어느 한 사람에게라도 위로의 글이 될 수 있을까. 다시 발길을 재촉하며 생각한다. 우선 들려주는 이야기에 최선을 다해 귀를 기울여야겠다고.****

 

                                                - 방은영 마리안나(방송작가)-

             2016,  8,  7.

                                                     천주교수원교구 "위로의 샘"에서

                                                                  승  범(프란치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