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

우리 가끔 바람 좀 피고 삽시다.

승범(承汎) 2015. 10. 10. 18:49

                                                우리 가끔 바람 좀 피고 삽시다.

      결혼 20주년이 되는 어느날............

아내는 저에게 놀라운 제안 하나를 합니다.

"당신에게 세상 최고로 멋진 여자와 데이트할 기회를 드릴께요.

단 저와 지켜야 할 약속 몇가지 있어요."

아내의 뜻밖의 제안에 놀란 나에게

아내는 사뭇 잔잔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 갔습니다.

첫째: 어떤 일이 있어도 밤 10시 전에는 데이트를 끝내서는 안 됩니다.

둘째: 식사할 때 그녀의 이야기를 단 한 마디도 놓쳐선 안 됩니다.

셋째: 극장에서 그녀의 손을 꼭 잡아줘야 합니다.

 

그렇게 아내로부터 몇가지 당부를 들은 나는 설레는 기대감을 안고

데이트 장소로 떠났습니다.

"어떤 데이트일까? 누가 나올까?

내 아내가 꽃단장을 하고 나오는 건 아닐까? 아니면 우리 딸?

아니면 미모의 다른 여성?"

 

넥타이를 고쳐 매며 기다리던 중 저만치서 우아한 검정 원피스를 입고

곱게 화장을 한 여인 한 명이 다가 왔습니다.

"아니 네가 웬 일이냐?"

"어머니는 여기 어쩐 일이세요?"

당황하면서 어리둥절 했던 우리 모자는 금세 아내의 마음을 알아채고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혼자 되신지 10년이 되신 어머니를 위해

아내가 준비한 깜짝 이벤트였던 것입니다.

그날 저녁 나는 아내와의 약속을 성실히 지켰습니다.

식사시간 내내 어머니는 종달세처럼 즐겁게 이야기 하셨고

나는 여화를 보는 내내 어머니의 손을 잡아 드렸습니다.

 

그렇게 10시가 훌적 넘은 시간..........

어머니를 집 앞에 모셔다 드리고 돌아서는데 어머니께서 말씀 하셨습니다.

"애비야,

오늘밤은 내 결혼식 날 빼고 칠십평생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가서 꼭 전해줘라........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고........"

 

내 부모님과 남편의 부모님,

내 부모님과 아내의 부모님.

가끔은 그 경계를 과감히 허물어 보세요.

그 순간 그 분들의 겉 모습이 아닌 마음이 보이게 됩니다.

 

                                      2015,   10,    10.

                                                   어느 카톡에 올라온 글

                                                                        해     봉

♥ 나는 이 글을 읽고 한참동안 눈물을 흘렸습니다. 감격하여 여기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