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

바보 할매(퇴계의 애뜻한 부인사랑)

승범(承汎) 2015. 7. 31. 15:57

 

< 바보 할매 (퇴계의 애뜻한 부인사랑) >

 

   퇴계 이황이 7년 만에 부인과 사별하고 그가 존경하던 권주의 손녀를 후처로 맞이합니다. 정신이 모자라던 후처 권씨는 간간이 퇴계 이황을 난처한 상황에 빠뜨리곤 했는데 이황은 그때마다 부족한 부인을 탓하는 대신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이 자신의 어리석은 아내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감싸주었습니다. 한번은 제사상을 차리는 중에 권씨 부인이 이황에게 상에 놓인 밤이 먹고 싶다고 했습니다. 가족들은 늘 사고만 치고 다니는 부인을 혼내려고 했는데 그때 이황이 나서서 제사상에 놓인 밤을 덥석 집어 아내에게 주는 것이었습니다. 

 밤을 받은 권씨 부인은 만족한 표정으로 물러났습니다. 상 앞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어찌 그런 무례한 행동을 하느냐고 꾸짖자 이황은 태연하게 대답했습니다.“내 생각에는 조상님들도 본인들이 드시는 것보다 어린 후손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시면 더 좋아하실 것이라고 생각하오.”사람들은 권씨 부인의 모자람을 두고 말들이 많았지만 이황은 늘 그런 아내를 책망하기보다는 아내의 부족함을 이해시키려는 말을 했습니다.

   언젠가 한번은 다림질하던 부인이 흰 두루마기를 태우고는 붉은 천으로 꿰매서 이황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자신이 바느질한 옷을 남편이 입어주기를 기다리는 부인을 위해 이황은 누가 봐도 이상한 두루마기를 입고 외출했습니다. 흰 바탕에 붉은 천으로 기워진 옷을 보고 동기들과 선,후배들이 옷이 왜 그러냐고 묻자 아내가 꿰맨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표정들을 지었습니다. 이황은 자신을 측은히 여기는 사람들의 눈길을 의식했지만 태연하게 자신의 옷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습니다.“아내가 붉은 천으로 태운 자리를 덧댄 것은 잡귀를 내쫓고, 악운을 몰아내고, 복을 불러들인다는 뜻에서 한 것이니 나에게 좋은 일이 많이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일이네. 이런 정성을 받고 사는 사람이 나 이외에 누가 있겠는가? 그렇게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지들 말게!

  중종 임금도 그런 부인을 자상하게 대하는 이황을 칭찬했습니다. 권씨 부인은 후손들에게는 바보 할매라는 별명으로 불렸지만, 이황의 지극한 배려로 부족함이 없는 삶을 살다가 이황보다 먼저 세상을 떠납니다. 김홍식의 ‘친절, 성공을 만나다’에 나오는 글입니다. 

   문제를 덮어주는 것은 안 되지만, 부족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방정기님이 주신 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