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샘
상 처
승범(承汎)
2015. 2. 3. 22:53
상 처
길을 가다가 새에게 물었다
당신은 누군가를 위해 상처 받아본 적이 있는가
새가 부러진 날개를 펼치고
저녁 하늘 너머로 날아갔다
길을 가다가 풀잎에게 물었다
당신은 누군가를 위해 상처의 깊이를 쓰다듬어 본 적이 있는가
풀잎들이 바람에 스러졌다가 일어나
천천히 손을 흔들었다
길을 가다가 돌아서서 달팽이에게 물었다
당신은 누군가를 위해 두 손 모아
상처의 눈물을 이슬처럼 받아 본 적이 있는가
달팽이가 웃다가 울면서 절벽 위로 기어갔다
길을 가다가 돌아서서 나에게 물었다
당신은 누군가를 위해 상처를 받아 본 적이 있는가
나는 무릎을 꿇고 나의 상처의 꽃만 꺾어들고
다시 길을 걸엇다.
정 호 승
2015, 2, 1.
천주교수원교구 '위로의 샘'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