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와 위로가 되는 인간
상처와 위로가 되는 인간
인간은 상처를 입는 존재입니다. 연약한 피부와 뼈마디는 날카로운 것과 강한 충격에 너무도 쉽게 찢어지고 부서지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약하기 때문에 강함을 동경하나 봅니다. 그래서 강철로 된 강하고 유용한 도구를 만들기 시작 했습니다. 빠르고 강하고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기계에 대한 감탄과 세상의 동경은 그를 소유한 주인에게 재화와 권력을 집중시켜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도 없고 생명도 없는 도구들이 태어난 후 세상은 이것이 인간의 생명과 존재를 집어삼킬 수 있는 괴물도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인간은 도구를 필요로 하지만 그 도구들이 인간의 탐욕으로 물들면 위험천만한 무기가 되어 인간을 해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세월호가 침몰하는 현장을 목격하는 순간 우리들은 거대한 강철 여객선이 목련꽂같이 아름다운 어린 영혼들을 집어삼키는 학살의 순간을 두 눈을 뜨고 지켜봐야 했습니다. 이들을 구하지 못한 어른들의 '무능함'이 아리고 아린 슬픔이 되었고 그 슬픔은 깊고 깊게 파고든 상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 떠오릅니다. 시간이라는 묘약으로 상처와 아픔을 망각함이 참된 위로와 치유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곪아버린 상처를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하얀 거즈로 덥고 동여매어 보이지 않게 하면 상처는 더욱 깊이 썩어 들어갑니다. 우리는 이 상처를 통해 들려주시는 하느님의 메세지를 들어야 합니다. 상처는 인간에게 아픔을 주지만 올바름을 깨닫는 지혜도 주기 때문입니다.
하느님도 상처를 입으실까? 하느님도 눈물을 흘리실까? 인간이 묻습니다. 그러자 복음사가들이 말해줍니다. 예수님께서는 더러운 영에 사로잡혔다며 당신을 목욕하는 인간의 거짖말에 상처를 입으셨고, 사랑하는 벗 라자로의 죽음과 거부하는 예루살렘의 완고함 때문에 눈물을 흘리셨고..... 그리고 신학자들이 말해줍니다. 십자가에서 아들을 잃으신 아버지께서는 세상의 가난하고 순수하며 연약한 영혼의 죽음, 그들의 눈동자와 눈물속에 함께 계시기에 바로 여기에! 그분이 계신다고, 그리고 교회는 가르칩니다. 기득권을 유지하고 욕망과 탐욕과 거짓말로 예수님을 하느님을 모독한 인물이요, 로마제국을 위협하는 왕이라며 주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다고, 그러나 그 십자가는 주님의 부활로 못 박은 이들의 승리가 아닌 못 박힌 이의 승리의 상징이 되었고 상처를 입으신 주님의 심장은 세상의 고통 받고 상처 입은 이들의 위로의 샘이 되엇다고!
인간의 탐욕으로 물든 세월호는 강철의 흉기가 되어 우리 아이들을 집어삼킨 괴물이 되었지만, 그 괴물을 만든 이들이 우리들이니 결국 우리가 찌른 상처로 하느님께서눈물을 흘리십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다음입니다. 인간이 만든 상처에 또 다른 인간이 위로가 되어야 합니다. 탐욕과 거짓에 맞선 정의와 진실이 그 상처의 참된 위로가 될 것입니다. 아니 꼭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인간의 마음에 담긴 선량한 마음이 하느님의 참된 목소리이기 때문입니다.
한만삼 신부(기산성당 주임)
2014. 6, 1.
천주교 수원교구 '위로의 샘'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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