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배턴을 놓치지 말자
"사랑의 배턴을 놓치지 말자"
얼마 전 체육대회 400미터 이어달리기에서 결승점을 몇 미터 앞에 두고 2등과 3등이 심하게 부딪쳤다. 뒤따라 오던 팀은 어부지리로 2등이 되었다. 넘어진 두 주자는 심판에 항의를 하다가 소용이 없자, 한 사람은 배턴을 주워 들고 결승점을 향했다. 다른 한사람은 배턴을 들고 가는 것을 잊은 채 결승점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결국 배턴을 들고 결승점을 통과 한 팀은 3등에 올랐고, 나머지 한팀은 꼴지가 되었다. 꼴지가 된 팀 주자는 넘어진 것에만 신경을 쓰고 분을 삭이지 못하다가 가장 중요한 배턴을 까맣게 잊어버린 것이다.
한팀은 "3등이 어디야."라며 기뻐했고, 배턴터치를 하는 기술을 논의 하기 시작했다. 저 멀리 꼴찌 팀은 여전히 심판에게 반발하고 있었다.
경기는 벌써 끝났고 새로운 경기가 이미 시작 되었는데 분노로 세월을 허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의 모습도 그럴 때가 있지는 않을까.
배턴이 하느님이라고 생각해 보자.
인생의 돌뿌리에 걸려 넘어졌을 때 누구때문에 넘어졌는지 원인을 따지며 남의 탓을 하고 분노하다가 결국 하느님을 잊어버리거나 심지어 놓아버리는 이가 있다.
반면에 비록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돌부리에 채여 넘어졌지만, 오히려 하느님을 끝가지 븥잡고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그는 무참히 깨진 무릎을 일으켜 새우고 실수를 거울삼아 부족함을 채워 나가며, 한층 진보 할 성장의 계기로 삼는다.
그래서 언잰가 주님께서 주실 새로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믿음으로 준비하며 기다린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순환하는 인생사 속에서도 작은 변화가 삶의 결승점의 순위를 결정한다. 되풀이 되는 기억 저편의 흔적을 더듬어 보면 인간과 인간을 연결 시켜주는 고리, 기억의 연속성을 발견하게 된다. 누군가로 인해 영향을 받아 삶이 변화되고, 누군가의 도움을 수없이 받으며 살아왔던 시간들, 한편 우리도 누군가를 향해 손을 내 밀어 온 힘을 다해 뛰었던 영광의 순간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순간마다 하느님께서 늘 함께 하셨다는 사실을 시간이 훨씬 지난 후에야 깨닫게 된다.
그 변치 않는 사랑의 힘으로 우리는 다음 주자에게 배턴을 넘겨 줄 때까지 하느님을 꼭 붙잡고 우리에게 맡겨진 각자의 사명에 최선을 다 해야 하지 않을까?
비록 마지막 결승점을 통과할 이는 다른 주자 일수도 있지만 승리의 월계관은 우리 모두의 몫이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지만 사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자 같이 보이지만 실은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습니다.(2코린 6.10)"
배턴을 놓치지 말자.
인생의 마지막 결승점에서 주님께서 두 팔을 벌리고 기다리고 계실 때에 우리가 반드시 쥐고 가야할 배턴은 무었일까?
그 답은 기나긴 인생의 고독과 고난의 여정 가운데 끊임없는 기도와 묵상 속에서 우리의 주인이시며 동반자이신 주님과 함께 찾아가야 할 충실한 삶의 몫일 것이다.
"임마누엘 하느님, 감사합니다."
2013, 7, 7.
- 서전복 안나(동양화가, 미술교육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