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최부자 六訓
경주 최부자 六訓
요즘 우리사회에 큰 이슈로 떠 오른 말 중 하나가 경제민주화다. 지난 대선 때도 여야 모두 경제민주화를 이루어 내겠다고 공약했다. 우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10대 무역국에 들 정도로 경제성장을 이룩해 냈다. 많은 나라 사람들이 우리를 부러워 하고 우리를 닮아 가겠다고 했다. 가장 빠른 기간내에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유일한 나라라고 칭찬도 자자했다. 그런데 민주화는 되지 않았나 보다. 즉 성장의 결실이 저소득층에까지 합리적으로, 합법적으로 흘러내려가지 못했다는 말일 것이다. 즉 국가의 성장이 나와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앞으로도 부자가 될 희망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일 것이다. 심각하다. 답이 있을까?
그런데 오늘 '경주최부자민족정신선양회'주관으로 경주 힐튼호텔에서 "경주 최부자 신화, 21세기 시대정신으로 부활하다" 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이 열렸다는 기사를 읽었다. '경주 최부자 400년'이란 최진립(1568~1636)장군부터 최준(1884~1970)선생까지 이어지는 402년을 말하며, 최준선생 대에 재산 상당수가 기부를 통해 영남대와 영남 이공대 설립으로 이어졌다.
이 행사에서 이강식 경주대 경영학과 교수의 "최부잣집 가문 6훈"을 현대 경영학의 원리로 풀어낸 발표문이 크게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그 내용이 바로 오늘의 경제민주화의 기본정신이 되었으면한다. 또한 현대 자본주의의 문제점인 '부의 양극화'문제해법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의 기본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 그 발표문을 옮겨 본다.
1,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말라.
최부잣집은 과거에 합격 해 진사, 생원의 양반 신분은 유지 했지만 관직이나 정치에는 나서지 않았다. 오늘날의 '정경분리'의 선구였다.
2,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 하라.
1년 소작료 수입을 만석으로 미리 정하고 초과분에 대해서는 소작료를 깎아준 것, 이른바 '목표초과 이익 분배제'다.
3, 흉년에는 땅을 늘리지 마라.
더불어 파장(罷場) 때의 물건은 사지 말고 값을 깎지도 말라고 했다. 사회적 약자의 약점을 이용해 치부하지 말라는 뜻. 구글의 사훈 '사악하지 말라(Don`t be evil)를 연상케 한다. '공정경쟁'의 실천이었다.
4,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최부잣집은 사랑채를 개방하고 1년에 쌀 2,000가마니를 과객 접대에 셨다. 500인을 독상으로 대접할 수 있는 놋그릇과 반상이 구비 돼 있었다. 오늘날 '소통경영'과 연결된다. 당시 과객들은 오늘날 주역인 '트위터러' 이들을 우대함으로써 정보 교류와 우호적 여론 조성의 혜택을 누렸다.
5,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복지경영이다. 100리는 최부잣집의 농토와 소작인 분포, 즉 자신의 경제력 내에서 돌볼 수 있는 범위다. 흉년이 들면 活人所를 지어 주린 이웃에게 죽을 쑤어 주었고, 곳간을 열어 쌀도 풀었다. 최국선 참봉 때는 빚 못갚는 이들의 차용증서를 불 태웠다.
6, 시집 온 며느리들은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
신혼 초 서민들의 옷인 무명옷을 입게 해 근검절약을 익히게 했다. 또 '은비녀이상의 패물을 갖고 오지 말라'고 해 혼수품 절제도 본을 보였다. 그 밖에 최부잣집은 수리 관개(灌漑)와 개간, 이앙법을 실시해 생산성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마름(지주를 대리하여 소작지를 관리 하는 사람)을 두지 않는 '조직 슬림화'등 경영혁신을 선 보였다. 이교수는 "최부잣집의 상생경영 원리와 실천경영은 오늘날 현대 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 하는 데에도 충분히 응용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재벌개혁이란 말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기원 합니다. 짧은 기간에 압축 성장 하면서 오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고 생각 합니다만 이 모든 것을 초월 해서 성장하는 것만이 우리 경제를 살리는 길이고, 이 길만이 고용 문제도, 중산층 확대도, 복지사회의 건설도 가능하다고 생각 합니다. 다만 앞에서 얘기한 '최부자 6훈'을 본보기로 삼아 경영하는 길이 바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사용자와 근로자가, 부자와 빈자가 다 함께 손잡고 잘 살아갈 수 있는 길이요 복지국가로 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서 이 글을 올립니다.
2012, 12, 20.
해 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