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샘

강 같은 평화

승범(承汎) 2012. 7. 31. 16:04

                                                                 강 같은 평화

   강남역에서 서울 파랑색 시내버스를 탔습니다.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기사 아저씨가 "어서 오세요" 하고 인사를 건냅니다. "아, 네!" 서투르게 인사를 받습니다. 얼결에 인사를 받았지만 자리에 앉으면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의자에 앉아 기사 아저씨에게 계속 눈길을 줍니다. 아저씨는 승차하는 모든이에게 인사를 합니다. 내리는 손님에게는 "아녕히 가세요"라고 인사 합니다.

   자기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아도 상관 없어 보입니다. 승객 모두가 호응해 주는 분위기는 아니었으니까요. 자리가 모두 차고, 서서 가는 사람이 많아지자 "손잡이 꼭 잡으세요 흔들립니다."며 마이크에 대고 말해 줍니다.

   나는 인사 받는 버스에 처음 탄 손님이었지만, 아마도 이 버스기사는 이렇게 인사하기를 오랫동안 해 오신 분으로 여겨졌습니다. 차에서 내려 내 옆을 지나가는 버스 앞 문 쪽의 기사 아저씨를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칩니다. 아저씨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습니다.저절로 그렇게 되었습니디.

   저 기사 아저씨를 언재 또 만나게 될지 알수 없지만, 오전 11시 강남역에서 버스를 타고, 내리는 시간까지 참 편안하고 따뜻한 방에 앉아 있다가 일어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 짧은 인사가 주는 여운이 이렇게 길게 남겨지다니요!

   주일 미사 시간에 신부님이 '평화의 인사를 나누싶시오'하고 말씀 하십니다. 신자들은 무심하게 있다가 그제서야 옆자리의 교우들을 쳐다보며 인사를 합니다. '평화를 빕니다' 가까이 있는이가 안면이 있거나 같은 구역 교우이거나 하면 미소를 지을 수 있겠지요? 악수도 나누고요. 그렇지 않을 때는 으례적인 고개 끄덕임에 지나지 않는, 진정으로'평화'와 상관 없는 인사가 되기도 하지요. 영세를 받고 새 신자됨에 뜨거워진 분이 미사의 하이라이트는 '평화의 인사 나누기'였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건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순간을 갖는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 인사는 미사가 끝나고도 계속 이어지기를 소망해 봅니다. 서로에게 평화를 빌어주는 마음, 지금 복잡한 현세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요즘 텔레비전 인기프로의 하나인 '나가수'를 보는 도중에 출연자인 가수가 무대에 오르기전에  빠르게 성호를 긋는 모습이 화면에 비춰졌습니다. 장안에 내노라 하는 노래 잘하는 가수도 '떨린다'는 고백을 하는 자리니 만큼 그도 떨림을 누르기 위해 성호를 긋는 모습은 같은 신자로서 그에게 특별히 더 큰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성호를 긋는 일, 묵주기도를 바치는 일,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일, 모두 주님을 믿고 따르는 이에게 주는 '참 평화가 강 같은 축복으로 넘치는 그런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2011,    12,   4.

                                                                            수원주보"위로의 샘" <정두리세라피나>에서

                                                                                                                                     해  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