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2
배 려 2
나는 지난 10월 한 달간을 미국 미시간의 엔아바(Annarbor)에서 보냈다. 딸이 둘째 아기를 낳고 얼마 되지 않아 돌봐 주기 위해 집사람과 함께 갔다.
아침 일찍 사위가 출근하면 아침을 먹고 주로 집안 일을 돌 봐주고 큰 손녀가 유치원을 갔다가 오후 4시 조금 지나면 귀가한다. 그때부터는 큰 손녀의 친구가 돼 줘야 했다. 또 딸이 일주일에 하루는 손녀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기 때문에 그날은 애기 봐 주는 시간이 좀 길어진다. 그래도 큰 손녀가 유치원에 있는 시간에는 여유가 있어서 집사람과 가끔 산책을 나갔다. 때로는 자동차로 도시 외각을 드라브를 하면서 즐길 때도 있었다.
우리 딸이 사는 동네가 이 도시의 서남쪽 신규 주택 단지로 조용하고 공기도맑고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 된다. 물론 여기에도 산은 없다. 시외로 나가면 전부가 숲으로 우거져 있다. 또 곳곳에 늪이 많고 호수도 많다. 그많은 숲에는 늪도 있지만 고목 같은 큰 나무들도 많고, 오래된 고목이 스러저 썩어가는 것도 많이 볼 수 있다. 넓디넓은 옥수수 밭이 펼쳐지고 콩밭이 펼쳐지는 곳도 많다. 그리고 나무도 없고 물도 없고 농산물이 있는 밭도 아니면 반드시 파란 잔디로 뒤덥혀 있다. 그러니 먼지가 없다. 그래도 숲속으로도 도로는 바둑판 처럼 잘 되어 있다. 지도 한장만 들고 다니면 처음 가는 곳도 어렵지 않게 돌아 다닐 수 있다. 그저 사람이 너무 없어서 무서워서 못 다닐 뿐이다. 물론 비포장 도로가 많다. 그래도 우리같이 불법 주택이나 구조물, 체전밭 같은 것은 전혀 볼 수가 없었다.
이렇게 공기도 좋고 경관도 좋은 이 숲속 길을 우리부부는 겁도 없이 산책도 많이 했다. 가끔씩 지나가는 승용 자동차나 농업용 추럭 같은 차도 지나 간다. 비포장에 인도가 별도로 없는 도로라 갓길을 걸어 가면 지나가는 차들은 반드시 사람을 피해 멀지감치 떨어져 속도도 줄이면서 지나 간다. 뿐만 아니라 미소를 지으면서 손 까지 흔들어 주면서 지나간다. 그러면 우리도 같이 손을 흔들어 주기도 했다. 특히 물이 고인 곳이라도 있으면 물이 튀지 않게 조심스레 지나간다.크락숀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것은 시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차장 같은 곳에서도 크락숀 소리는 물론이고 사람이 있으면 멀찌감치 서서 기다려 준다. 다른 사람이 주차 할 때도 멀찌감치서 기다려 준다.참 여유 스러워 보였고, 남을 먼저 배려하는 사려 깊은 사람들 이라고 생각 되었다. 또한 이것이 선진 국민들의 모습이구나 라고 생각 했다.
이런 광경을 보면서 나는 배려라는 것이 이런 것에서부터 시작 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작은 일에서부터 남을 배려하다 보면 더 큰 것 까지 배려 할 수 있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겨 나는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바쁘다는 핑계로 크락숀 울리면서 사이사이로 쏜살같이 달리다 보면 남을 얼마나 놀라게 했는지, 불편하게 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지나가 버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배려라는 단어 자체를 생각할 겨를이 없어지는 것이겠지. 나도 이재는 좀 여유를 갖고 일상을 보내도록 하자. 크락숀은 가능한 한 울리지 말자. 사람들이 지나가면 무조건 서서 기다려 주자 그것도 거리를 두고 기다려 주자. 사색도하고 여유스럽게 시간을 보내는 훈련이라도 해 봐야겠다. “선진국 이전에 선진 국민부터 되자”고 다짐도 해 본다. 커피 한잔 하면서………
2011, 12, 12.
해 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