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범(承汎)마당

산행에서 배운다.

승범(承汎) 2011. 8. 27. 14:28

 

                       산행에서 배운다

 

 

 

 

      나는 요즘도 일주일에 산행을 두 세 번 정도 한다. 회사를 그만둔 후부터 골프는 점차적으로 줄이면서 산행을 늘려갔다. 그러다 보니 이재는 산행이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 같다. 그리고 산행에 대한 흥미도 호감도 달라졌다. 뿐만 아니라 명산을 한번 다녀오면 성취감, 자신감에 찬 기운을 느낀다. 설악산 대청봉 갔을 때도 그랬고 지리산도 그랬고 한라산도 그랬다.치악산, 주왕산,청량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산행으로 건강도 유지 했지만 정신적으로 산으로부터 많은 위안을 받고 가르침을 받은 것 같다. 그래서 이잰 괴로워도 산으로 즐거워도 산으로 간다. 괴로운 마음 안고 산으로 가면 산은 벌써 내 마음 알고 때로는 편안하게, 때로는 힘들게, 때로는 땀 흘리게 한다. 땀 흘리면서 걷다 보면 나뭇가지 흔들면서 다가오는 시원한 바람이 내 이마를 씻어 주고 닦아준다. 그렇게 걷고 또 걷다 보면 산은 내 마음의 괴로움 마저 다 씻어준다. 즐거울 때는 발걸음도 경쾌하다. 새소리, 바람 소리, 물 소리 모두가 경쾌하고 즐거울 뿐만 아니라 자연과 동행하며 자연과 대화도 하고 자연과 노래도 부른다. 아무리 노래를 못 불러도 자연은 장단도 잘 맞춰준다. 때문에 내 발 걸음은 경쾌하고 즐거울 수 밖에 없다.

 

 

     산을 오르내리면서 나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어떤 길은 능선 따라 올라가고 어떤 길은 계곡 따라 올라간다. 어떤 길은 바위가 예뻐서, 어떤 길은 숲이 예뻐서, 어떤 길은 저 멀리 파도 처럼 내다 보이는 능선들이 한폭의 그림 처럼 예뻐서, 어떤 길은 꽃이 예뻐서. 계절에 따라, 일기에 따라 산도 바뀌고 산행 길도 달라진다. 철쭉꽃이 필 때는 철쭉동산으로, 진달래 꽃 필 때는 진달래 능선으로, 햇살이 뜨거울 땐 무성한 숲길 따라, 단풍철에는 아름다운 단풍 길로 올라간다. 이렇게 해서 정상에 도착하면 성취감도 자신감도 얻게 되지만 오르는 길에 따라 그 느낌 또한 각양각색이다.사람에 따라 그때의 내 감정에 따라 느낌 또한 달라진다.

 

 

     그리고 산은 산에 따라 바위가 아름다운 산이 있고, 무성한 숲이 아름다운 산이 있고, 계곡이 아름다운 산도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얼이 숨겨져 있고 우리의 역사가 담겨진 산도 있다. 이런 산에는 반드시 역사의 주인공이 될 사찰이 있다. 이런 곳에 도달하면 주위의 아름다운 경관에 취해, 사찰의 역사와 품고 있는 내용물에 취해, 또 맑고 깨끗한 자연산 생수 한잔 맛에 취해 쉬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같은 산이라도 계절에 따라 그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암벽도 있고, 무성한 나무숲이 산소탱크 역할도 해 주고, 물소리 세 소리가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계곡에, 봄이면 오만가지 꽃이 피고 여름에는 숲들이 상전벽해를 이루고, 가을이면 검붉은 단풍잎이 바위와 어우러져 불꽃을 피우게 하고, 겨울이면 온 세상을 하나같이 백설의 눈 꽃밭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산이 있다. 이와 같이 아름답고 변화 무상한 대 자연의 위대함을 산행을 통해 인생살이 자체를 느끼고 배우게 된다 

 

 

     큰 산을 오를 땐 출발 할 때 정상을 쳐다보지 말고 그냥 길만 따라 올라 가는 것이 좋다. 출발 하면서 정상부터 쳐다보면 그 정상이 까마득하게 멀어 보인다. 그러면 출발 시점서 부터 마음에 부담을 느끼게 된다. “저 높고 먼 산을 어떻게 올라 가나하고, 그러면 빨리 지치게 되어 중도 포기 하고 말게 된다. 나는 고 정주영 회장님께서 어떤 학생으로부터회장님께서는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습니까?”라는 질문을 받고나는 처음부터 여기까지 오겠다고 생각하고 온 것이 아니고 내가 하는 일에 몰두하여 열심히 일만 했을 뿐인데 어느 날 뒤돌아 봤더니 여기까지 와 있더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 난다. 사람이 태어나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등 어떤 분야이든 한 분야의 정상에 오를 때 까지의 그 과정이 바로 산행과정과 같다고 생각 된다. 같은 분야의 정상이라도 오르는 길도 다를 수 있고 오르는 과정에서 보고 느낀 것 또한 다를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길과 다양한 과정을 거친 사람들이 정상에 올라 서로 지식을 교환 하고 소통 하는 것이 오늘과 같은 다양한 사회를 발전 시키는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 한다. 또 다양한 산, 다양한 길로 정상에 오른 많은 사람들의 지식과 지혜를, 나누고 소통하여 국가 발전의 밑거름으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조정하고 통합 해 가는 것이 지도자의 덕목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오늘(2011,7,29) 조선일보에서 이병철.정주영 빼고 전태일만 가르쳐 현대사 알겠나라는 사설을 읽었다. 내용인즉 전국 경제인 연합회가 현행 고교 한국사 교과서 6종 모두 청계천 피복공장 노동자 전태일 분신 사건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반면 이병철 삼성 그룹 창업자나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를 소개한 교과서는 1종에 지나지 않고 그것도 간략한 사진 설명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교과서들이 대한민국은 경제 발전의 결과 대외 의존도가 높아지고 농촌이 피폐 했으며 산업 불균형이 심화 됐다는 등 부정적인 면을 강조해 가르치고 있다.”면서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은 어려움 속에서 거둔 위대한 성취였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도록 바로 잡아 달라고 교육과학기술부와 국사편찬위원회에 건의 했다.

    1948년 정부수립 당시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 소득은 75달러였다. 60년대 초까지 한국의 국민소득은 아프리카 가나와 똑 같은 80달러 수준이었지만 지금 한국은 250배 이상 성장해 2만 달러가 넘어 세계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됐다.가나는 여전히 1000달러 이하에 머물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나라 가운데 한국만큼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한 나라는 없다. 중국도 70년대 한국을 배우라는 등소평 말에 따라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을 모델로 삼아 오늘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으로 솟아 오르고 있다. 세계적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1980년대 하버드 대학에서 저개발국가의 성장발전에 관한 심포지엄을 열게 된 계기를 한국과 같은 시기에 독립한 다른 나라들은 왜 한국처럼 되지 못했는가를 밝히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한국경제를 거듭나게 한 결정적 힘의 하나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기업가들의 도전정신이다. 이병철과 정주영의창조적 파괴정신 없이 대한민국의 반도체와 조선업을 얘기할 수 없다. 이 같은 엄연한 사실에 눈을 감는다는 것은 이념의 좌우를 떠나 역사가의 기본이 안 돼 있다는 얘기다. 라는 것이 요약된 내용 이다.

 

      이 내용을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한가지 덧붙여서 교육자들이나 역사가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아들은이병철이나 정주영 같은 사람으로 커 주기를 바랍니까? 전태일 같은 사람으로 커 주기를 바랍니까라고 묻고 싶다. 물론 오늘날과 같은 다양화 된 사회에선 이병철, 정주영 같은 사람도 필요하고 전태일 같은 사람도 필요 하다. 이병철, 정주영 같은 사람만 있어도 안 되고 전태일 같은 사람만 있어도 안 되고, 김수환 추기경 같은 사람만 있어도 이 사회는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교육자들은 철저한 인성교육과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 주고 그 바탕 위에 전문 지식 교육이 이루어졌을 때 올바른 가족관, 사회관, 역사관, 국가관이 생성될 것이며 거기에 험한 산행길 같은 자기경험이 쌓이면서 이병철, 정주영 같은 사람도 생기고 전태일 같은 사람도 생길 것이다. 전태일 같은 사람만 키우겠다고 이병철, 정주영 같은 사람은 제쳐두고 전태일만 내 새우는 교과서로 교육 한다고 해서 과연 전태일 같은 사람이 태어날 수 있을까?  잘못하면 얼마전 노르웨이 연쇄 살인 사건을 일으킨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비크 같은 외곡된 사고방식의 사람이 태어나지나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인간의 가장 중요한 농사는 자식 농사이고, 우리의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투자는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투자 아니겠는가. 오늘날과 같은 다양한 사회에 다양하게 적응할 수 있는 올바른 역사관, 올바른 사회관, 올바른 국가관을 가진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많이 양성 되기를 빌면서 나는 내일도 등산을 간다.

 

                             2011,  8,  9.

                                                     海 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