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범(承汎)마당

고 문재환 친구의 영전에

승범(承汎) 2011. 8. 6. 14:03

                                        

        나는 오늘 옛날에 사용 했던 직원들의 교육자료나 인사장등이 들어 있는 보따리를 끌러 보던 중 "고 문재환 친구의 영전에"라는 친구의 장례식때  쓴 追悼辭가 눈에 띄었다. 당시 동기회 회장이었던 내가 쓴 것이다. 다시 읽어 보았다. 읽는 동안 고인에 대한 애도의 마음과 함께,  마지막 가던 날 문병 갔을 때, 병원에서 제공 해 준 까운을 입고 그의 옆으로 다가 셨다. 그러나 알아 보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전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숨 조차 쉬지 않고 눈을 감은채 누워만 있었다. 그 모습이 한 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오늘도 그 모습이 떠 오르면서 그 옛날 같이 잠자고 생활 하면서 희로애락을 함께한 일들이 뇌리를 스쳐간다. 부끄러운 생각, 미안한 생각, 고마운 생각등 만감이 교차 하면서 한참동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친구에 대한 고맙고 감사한 마음, 오래 오래 간직 하기 위해 그대로 이 불로그에 올린다.

 

                                                    故 文在煥 친구의 영전에

       삼가 친구의 영전에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지난 수년간 투병생활을 계속 하는 동안, 그래도 가끔씩이나마 찾아갔을 때면 고스돕 한번 하자며 반가운 얼굴로 맞아 주던 당신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게 다가 온다오.

술은 잘 마시지도 못 하면서 친구들이랑 "달무리" 찾아가 신나게 노래 부르던 당신의 모습.... 때로는 예의를 갖추지 못하는 친구를 보면 얼굴을 붉히며 충고하고 화 내던 당신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 하게 떠오르는 구려.....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어려운 친구 도와 주려고 애 쓰는 당신의 모습,  그리고 몇번인가 사장이라고 나를 찾아와 누구 누구 좀 도와 주라고 부탁 하던 애정 어린 당신의 모습이 나는 잊을 수가 없답니다..

 

       친구야 기억 하겠지 !

1967년 가을 이불 봇짐 하나 들고 서울 올라 와서 다섯 식구가 주교동 뒷골목 단칸방에, 그것도 세 사는 형님 집 이층 다다미방에서 부들부들 떨면서 부등켜 안고 잠자던 시절. 소주 한잔 먹고 쌈박질 하다 호주머니에 돌을 잔뜩 집어넣고 집에 돌아 왔다가 형님께 야단 맞던 일.

      어느 화창한 봄날 난생 처음 창경원으로 놀러 간답시고, 노점상에서 300원짜리 썬그라스 하나씩 사 끼고 대학병원 앞이란 말만 듣고 이대 부속병원앞을 해매면서 창경원 찾던 일. 기분좋은 날  친구들과 어울려 술집 가서 거나하게 한잔 하고 치마입고 머리에는 수건 하나 질끈 매고, 춤추며 노래 하던 당신의 모습, 나는 지금도 당신과 마주 앉아, 당시 우리들의 촌스럽고 어리석고 한편으로는 순진하고 순수했던 그 시절을 생각 하면서 함박웃음 지으며 얘기 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에 사로 잡히곤 한다네.

그것 뿐인가 당신은 기억 하겠지. 언잰가 둘이서 청평 유원지 갔을 때 "너는 실패의 쓴 맛도 봤으니 앞으로 잘 살아야 한다." 그리고 "너는 돈 잃기만 하니 고스돕 같은것 하지 말라" 라고 했던 얘기 말일세.

     나는 당신의 부음을 접하고 한없이 당신을 원망하고 나쁜놈 이라고 욕 하고 또 원망 했다오. 그래도 나는 당신의 그 충고를 마음 속에 새기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오. 그렇다면 앞으로 내가 당신의 얘기대로 잘 사는지, 약속을 지키는지, 아직은 더 지켜 봐야 하지 않는가....?   그 결과도 보지 않고 어찌 그리 일찍이도  유명을 달리 할 수 있단 말인가?

 

친구야! 우리는 아직도 어느 분야에서든 이 나라 이 사회가 발전 해 가는데 무었인가 기여 할 수 있도록 왕성한 활동을 해야 할 우리들이 아니었든가? 그리고 먼 훗날에 각자 일손을 놓은 뒤, 생각이 날듯 말듯한 지난날의 일들을 되새기며 이야기 꽃을 피우면서 웃고 즐길 수 있는 시절이라도 보고 가야 할 것 아니었던가?  이 얼마나 원통하고 분하고 애통한 일이오. 실로 죽음의 신에 대한 무정함을 통탄하지 않을 수 없구려.

 

친구여!  지금 와서야 다 부질 없는 얘기 겠지요, 당신은 짧은 인생 살면서 남들의 한평생 다 살았다고 생각 되오. 당신은 사업도 성공 했고 부자도 되었오. 따라서 이 사회에 기여도 했소. 그리고 새상의 쓴맛 단맛 다 보지 않았소, 그러니 모든 것 다 잊어버리고 부디 편안히 잠드소서.

 

    그리고 우리는 언재까지나 애통 해 하고만 있지는 않겠소. 당신의 마음이 우리 친구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움직일 것 이기 때문이요. 또한 앞으로도 당신의 뜻에 따라 우리들의 우정은 더욱 굳게 맺어질 것이라고 확신하오.

     아름다운 자연의 품 속에 있기를 좋아하던 당신은 이렇게도 일찍 자연으로 돌아 가 버렸구려.  부디 당신이 좋아하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편안히 잠드시기를 진심으로 기도 드리겠오.

 

      슬픈 이별을 맞이한 친구 일동을 대신하여 영전에 공손히 절하며 영원한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유가족 여러분들에게도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편안히 잠 드소서.

                                      1994,     

                                                       34회 재경 동기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