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범(承汎)마당

설악산 산행기

승범(承汎) 2010. 12. 12. 00:39

 

 

 

 

                         설 악 산  산 행 기

산행일자:  2010 10 16()

소 재 지:  강원 고성군,양양군,인제군,속초시 소재

동 행 인:  월산, 효광, 호산, 승보, 해봉

    :  두꺼비 산악회

    금요일 저녁10 45분경 양재동 서초구민회관 앞에서 뻐스에 몸을 실었다. 뻐스는 중간에 두어군데서 회원들을 더 태웠다. 뻐스는 만원 이었다. 깜깜한 밤이라 어디가 어딘지 분간 하기도 힘들었지만 홍천, 인제로 해서 한계령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일의 산행을 위해 한숨 자야지생각하고 의자에 등어리를 기대고 잠을 청해 봤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차내가 비교적 조용했다. 그런데도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보아하니 차내에서는 우리 일행이 나이가 제일 많은 것 같았다. 노인네 표시 안 낼려고 했는지 입들이 붙어 있었다. 그래도 자동차는 밤 공기를 가르며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이렇게 뒤척이다 보니 어느새 인재 휴개소란다. 이때가 새벽 1시경이었다.

우리는 내려서 화장실 갔다가 김밥등 간식용으로 사서, 가져온 음료수와 함께 차내에서 간단한 식사을 했다. 뻐스는 다시 한계령으로 달렸다. 이때 두꺼비 산악회 인솔자가 한계령 코스 보다는 오색코스가 힘이 덜 들고 시간도 절약 될 것 같으니 오색 코스를 택할 것을 은근히 권유 했다. 그런데 우리 청봉팀(가칭)은 경험자인 호산의 말대로 초지일관 한계령 코스를 택했다.

 

           한계령출발->대청봉->소청봉->휘운각->천불동계곡->비선대->신흥사->설악동

 

 

 

 

 

 

 

 

     우리일행이 한계령에 도착 했을 때가 밤 1 50분 경이었다. 뻐스에서 내리자 마자 사람들은 급하게 산행길로 달리듯 걸음을 재촉한다. 우리도 분위기에 휩쓸려 급하게 산행길로 향했다. 물론 여기에는 우리 뻐스 외 다른 뻐스로 온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꽤 많았다.

오늘따라 바람도 세차게 불었다. 완전무장한 복장에  머리엔 전등불을 켜고 산행길 입구에 도착하니 산행길은 처음부터 계단길이다. 그런대도 사람들은 처음부터 빠르게 올라간다.  뒷 사람에게 떠밀려 빨리 올라 갈 수 밖에 없었다. 한참을 올라 갔더니 땀이 났다. 그래서 복장을 다시 고쳐 입고 산행은 계속 됬다. 가파른 길이 계속된다. 뿐만 아니라 돌길에 바윗길도 많았다.

그런데 문재가 생겼다. 효광께서 감기를 앓고 난 후 완쾌 되지 않는 상태라, 출발 전부터 얘기는 했지만, 평소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갖춘 분이라 큰 걱정은 않고 출발 했다. 뒤에서 보니 발거름이 너무나 무거워 보였다. 오르막길 돌 계단을 올라서서는 스틱을 짚은 채 발거름을 멈추고 깊은 숨을 몰아 쉬며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앞서 가던 승보가 효광과 호흡을 맞추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승보가 앞서고 효광이 따르고 내가 맨 뒤에서 올라 갔다.

그런데 호산과 월산이 보이지 않는다. 큰 소리로 몇차례 불러 보기도 했지만 대답이 없었다. 그래! 목적지에 가면 만나겠지 하고 계속 올라갔다. 깜깜한 밤중이라 앞에 가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겠고 뒷따라 오는 사람이 누군지도 않보인다. 더구나 그날따라 바람까지 세게 불었기 때문에 후드까지 뒤집어 쓰고 걸었다. 그러니 하는 수 없이 후라쉬 내려 비추면서 바닥만 내려 보고 차례걸음으로 걸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 야경도 볼수 없었고 옆에 있는 나뭇잎이 푸른지 붉은지도 보지 못하고 바닥만 내려보면서 걸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한참을 걷다가 삼거리 길이 나왔는데, 우리는 이정표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앞 사람들이 가는 대로 그 뒤를 따라 그냥 올라갔다. 한참을 가다보니 길이 좀 이상하고 내려가는 것 같아서 뒤따라 오는 사람들께 물어 봤다. 이 길이 대청봉 가는 길이냐고?  그랬더니 글세 이 길은 어디어디로 내려가는 길이란다. 대청봉 가는 길은 반대로 그러니 왔던 길로 다시 올라 가야 한단다. 그래서 왔던길로 다시 한참을 올라 갔다. 삼거리까지 와서 그때서야 이정표를 봤더니 대청봉길이 표시된 이정표가 있었다. 이정표를 따라 산행은 계속 되었다. 산행길은 험했다. 돌길, 바윗길, 오르막,내리막길을 조심조심 무거운 발길을 옮겼다. 흔들리는 전등불에 내리막 돌길을, 내려 디딜때는 바닥 돌이 흔들리는 것 같이 느껴 지기도 했다. 나는 내려 갈 때 돌이 약간 흔들려 넘어지면서 엉덩방아를 찍고 말았다. 그래도 아무렇지도 않은 체 하면서 산행은 계속 되었다. 한편으로는 ! 이것이 바로 나이 탓이겠구나, 내 눈이 그만큼 기능이 떨어 졌구나하는 조금은 서글픈 생각마저 했다가도 이내 ! 이까짓 것 쯤이야 밝은 낮이라면 가볍게 콧노래 부르면서 올라 갈 수 있는 산행길이야하면서 스스로 자위를 하기도 했다.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면서 아까 뻐스에서 산악회 인솔자의 말대로 오색길을 택할 걸하면서 후회의 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쉬지 않고 천천히 계속 걸었다. 우리를 앞질러 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렇게 우리는 어둠과 바람과 돌과 바위와 동행 하면서 천천히 투벅 투벅 걷다 보니 어느새 소청까지 왔다. 이때쯤 부터 여명(黎明)이 찾아 오기 시작했다. 한결 시야가 넓어 지면서 마음도 가벼워 졌다. 이재는 사방을 둘러보면서 조금은 여유 스럽게 걸을 수가 있었고 이렇게 해서 우리는 중청에 도착해서 간단한 간식과 커피 한잔을 마셨다. 모두가 꿀 맛이었다. 그런데 날씨는 영하의 날시에 얼음도 보였다. 바람은 새차게 불고 운무까지 끼어 대청봉 쪽은 잘 보이지도 않았다.

 

 

 나는 오늘 산행을 하면서 동행이란 단어를 다시 한번 곱십게 되었다.

동행은 산행과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라고 생각 된다. 산행이란 사람과의 동행이요  자연과의 동행이기 때문이다. 사람과의 동행은 가족이든 친구든 또는 선후배간이든 산행에서는 자연과 동행 하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또는 나란히 걸으면서, 때로는 손 잡아 주고, 때로는 밀어 주고 당겨 주면서, 서로가 하나가 되어 자연의 가르침을 함께 배우게 된다. 봄에는 꽃 향기와 동행 하면서 마음의  여백에 꽃향기 가득 담아 가족과 또는 친구와 함께 하는 봄 산행, 여름에는 더위와 동행 하면서, 검푸른 산림 우거진 산림과 동행하면서 참외 하나 깎아 먹으면서 여유로움을 찾을 수 있는 여름 산행, 불게 물든 단풍과 동행 하면서 풍요로움을 만끽 하 수 있는 가을 산행. 눈과 동행 하면서 고통을 맛 보게 하는 겨울 산행등 산행이란 사람과 자연과 동행 하면서 자연이 주는 모든 혜택을 마음껏 누리면서, 자연의 오묘한 변화와 탄생을 통해, 자연의 어마어마한 위력을 통해, 배우면서 익히면서  영글어 가는 것이 우리내 인생이 아닐까?

 또한 산행은 산행 그 자체가 우리네 인생살이와 꼭 같다는 것을 산행을 통해서 느끼고 배웠다. 산행은 사시사철 언재나 계속될 수 있으며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다. 바람 부는 날, 비오는 날, 눈 오는 날, 추운날 더운날,  흙길, 돌길, 바윗 길도 있다. 때로는 친구와, 때로는 가족과 함께, 때로는 혼자서 외로운 산행을 할 때도 있다. 즐거을 때도 있고 때로는 괴롭고 힘 들때도 있다. 그때마다 새로운 느낌, 새로운 가르침을 받는다. 그래서 인간은 자연에서 왔으니 자연의 법칙에 따라 살아 가는 것이고 죽으면 다시 자연으로 돌아 가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우리 인간들의 가장 위대한 스승이 바로 자연이요, 그 위대한 스승을 산행을 통해서 자주자주 만나 뵙고 배울 수 있어 우리는 행복하다. 그러니 괴로워도 산행, 즐거워도 산행이다.

     이번 설악산 산행은 어둠과 추위와 바람과 돌과 바위와 동행 하게 되었다. 그러니 자연 위험과 두려움도 함께 동행 하게 되었다. 그런대 사람과 동행을 할 때 위험하고 고통스럽고 힘드는 동행 일수록 동행 하는 사람들과의 우의는 더욱 돈독 해 진다는 사실을 이번 뿐만 아니라 그전에도 많이 느껴 왔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니 이번 산행은 그런 측면에서 아주 수확이 많은 산행 이었다.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이다.

    우리는 하산을 할때는 중청, 소청, 휘운각을 지나 천불동 계곡을 통해 설악동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천불동 계곡이란 계곡 일대에 펼쳐지는 천봉만암(千峰萬岩)과 청수옥담(淸水玉潭)이 마치 부처님의 상과 같이 펼처져 있다고 하여 부쳐진 이름이라고 한다. 설악의 대표적인 계곡으로 비선대, 문주담, 이호담, 귀면암, 오련폭포, 양폭, 천당폭포등 설악의 산악미를 한곳에 모아 두듯,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소청에 도착 했을 때 쯤에는 해는 보이지 않지만 산꼭대기 부분에서 부터 햇빛이 비춰지기 시작했고 그렇게 심하게 불던 바람도 잠잠해 졌다.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설악의 아침전경을 마음껏 즐기면서 하산 할 수 있었다. 더욱 다행스러운 것은 효광께서 설악의 정기를 받았나 봐, 발걸음이 훨신 가벼워 진 것 같았다.

휘운각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 천불동 계곡으로 계속 걸었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던 바위산이

     환한 얼굴로 우리를 맞는다 싶더니

     붉게 물든 단풍잎이 또 한번 가리우네

     그래도 아름답구나 단풍잎 사이사이로 보이는

     환하게 웃고 있는 바위산들이

     불상이 따로 있나 저것이 불상이지

     ~아 신비롭고 아름다워라.

 

    쳐다보면 기암절벽 내려다 보면 玉潭이네

    빨간 단풍잎에서 풍기는 가을의 맛

    청아하게 들려주는 계곡의 연주

    맑디맑은 계곡물에 춤을 추며 떠내려가는

    ~간 단풍잎 하나

    모양도 이쁜 것이 장단도 잘 맞추네

    ~아 신비롭고 아름다워라.

 

풍경에 취해, 물소리에 취해, 새소리에 취해 걷고 또 걷다보니 벌서 신흥사가 가까워 졌네.  이렇게 장장 11시간반의 산행을 마치고, 한편 이 아름다운 설악에 언재 또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과 미련을 남긴체 우리 늙은이 다섯명은  두꺼비 산악회 사람들과는 별도로 점심식사에 막걸리 한잔 하고 서울행 뻐스에 몸을 실었다. 금방 잠이 들었나 보다. 깨어보니 서울이네. ~ 행복 하여라.

   2010 10 17 

                   설악산을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