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

슝례문 페허를 곡함

승범(承汎) 2008. 2. 16. 19:39

南大門 폐허를 곡함


머리 풀고 울어에야 하리

옷 찢어 던지며 분해야 하리

오호통재

이 하루아침 南大門 폐허를

어찌 내 몸서리쳐 울부짖지 않으랴


돌아보라

6백년 年月 내내 한결이었다

이 도성 男女老小들 牛馬들

이 나라

이 겨레불이 모진 삶과 함께였다


혹은 靑雲의 꿈 안고 설레어 여기 이르면

어서 오게 어서 오시게

두 팔 벌려 맞이해 온 가슴인

나의 南大門이었다


혹은 山戰水戰의 나날 떠돌이 하다

여기 이르면

어디 갔다 이제 오느뇨

활짝 연 가슴 밑창으로 안아줄

너의 南大門이었다


단 하루도 마다하지 않고

단 하룻밤도 거르지 않고 지켜서서

숙연히

감연히

의연히

나라의 氣品이던

저 朝鮮 5百年

저 韓民族 1百年의 얼굴이었다


온 世界 누구라도 다 오는 門 없는 門

온 世界 그 누구라도 다 아는

萬邦 開港의 門

정녕 코리아나의 숨결

서울 사람의 눈빛 아니었던가

 

이 무슨 靑天霹靂의 재앙이냐

임란에도 호란에도

어재런듯 그 동란에도

끄떡없다가

이 무슨 허망의 잿더미냐


여기 폐허 땅바닥에 엎드려 곡하노니


여기서 주저앉지 말고 멈추지 말고

떨쳐 일어나

다시 바람 찬 千年의 南大門 일으켜 낼지어다

여봐란둣이

저봐란듯이

萬年의 來日 내 祖國의 긍지 우뚝 세워낼지어다


 - 고  은 -


이 글은 2008년 2월 12일 朝鮮日報 8면에 기고된 고은 선생님의 글을 옮깁니다.